ADHD 아들의 성장기
2023년3월14일 날씨- 맑고 근사한 날
한국 나이 12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나이다.
정상적으로 발달했다면 당연하게 미숙하더라도 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들을 대부분은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 내 아들은 아직도 못하는게 있었으니 스스로 신발끈 묶기이다.
붙잡고 가르쳐주지 않아서 일까?
맘카페에 글들을 읽어봐도 초등학교 5학년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작업이다.
내 아들은 왼손잡이다. 양손의 협응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
아직 발음이 부정확한 단어들도 많고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아기 같은 면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혼자서 밥도 차려먹을줄 알고 간단한 요리도 한다.
특히 레고블럭을 조립할때는 제 나이보다 훨씬 윗 단계의 블럭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붙잡고 앉아서 완성해낸다. 그런 아이가 왜 유독 신발끈을 묶는 일은 어려울까?
아이가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것은 아들이 6살 무렵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던 터라 담임선생님께 부탁도 드렸었다.
"선생님, 우리 다온이가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는것 같아 보이는데 선생님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어린이집에서 특이점은 없는지 잘 살펴보시고 저에게 어려워마시고 말씀해주세요~"
라고 부탁도 드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어머님~ 다온이 별다르게 특별히 이상한 구석을 못찾겠어요~ 친구들이랑 별반 차이 없이 잘 합니다"
아이의 ADHD를 일찍 알아챘더라도 내가 어떻게 막을 수는 없었을테지만 빨리 치료에 개입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사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세 나의 아들은 신발끈을 스스로 묶지 못한다.
어제는 점심시간에 콜렉트콜로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신발끈이 풀렸는데 못 묶겠어...”
울먹이는듯한 말투와 목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맞아..다온이는 신발끈을 묶을줄 모르지...진작 좀 반복적으로 가르쳐놓을걸..’
그동안 끈이 없는 운동화를 골라 사서 신기느라 애를 먹기는 했었다. 피하지 말고 겪게 할걸 하는 후회가 잠시동안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침착하게 전화에 대고 말을 했다.
“다온아~ 천천히 묶어봐. 신발 한 쪽 어떻게 묶였는지 한번 살펴보고 따라서 묶어봐.. 그래도 힘들면 친구나 선생님께 부탁해보면 어떨까?”
12살 먹은 남자애가 친구들에게 신발끈을 묶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알지만 그렇게 말이 나와버렸다. 자존심이 상해서 부탁 따위는 하지 않을 녀석인걸 알면서 나도 모르게 당황한 나머지 뱉어낸 말이었다.
알겠다고 대답한 아들은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하교할 시간이 오기까지 나는 아들이 어떻게 대처 했을까를 걱정하며 시계만 바라보았다.
드디어 아들이 하교를 했나보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찍히는 [아들돼지♥].
“엄마! 나 학교 끝났어! 이제 막 집에 왔어~”
반가운 아들의 목소리는 밝았다. 나는 바로 궁금했던 신발끈 묶기의 결과를 물었다.
“그냥 대충 묶었지~! 그러고 놀았어!”
역시나 누구에게 부탁하지는 않았구나..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을 부탁하는 일에 자존심이 상할 줄 안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아들은 사실 지능도 정상이고 발달도 정상이다. 다만 ADHD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라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아이다. 가끔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검사를 해봐도 주변 평판을 들어도 그저 ADHD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 아들의 자존감에 커다란 생채기를 내지 않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