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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구원의 시작

무너짐에서 도약으로, 기록이 만든 전환점

by 송이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하고 있어.”

“브런치? 그 먹는 거?”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할 때마다 돌아오는 익숙한 반응이다.

짧은 설명으로는 다 말할 수 없었다. 브런치는 내게 단순한 글쓰기 공간이 아니라, 무너진 날들을 버티게 한 힘이었으니까.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정확히 말하면, 무너져 있던 시절에 브런치는 내게 해방구가 되었다.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선물해 준 곳이었다. 작년 가을, 매일이 버겁고 지겨웠다.
공허함과 외로움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올해 3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보고 싶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지나, ADHD를 겪으며 동시에 스피치 강사로 살아가는 내 일상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까지 쓰고 싶었을까.
돌이켜보면, 아마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 승인이 나던 날, 학원에서 청소를 하다 혼자서 기뻐 뛰어다녔다. 승인만 받으면, 내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모두 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조금은 구질하고, 누군가 외면할지도 모를 이야기까지도.


그렇게 시작한 연재의 제목은〈무너질 때마다 기록했습니다〉였다. 무너졌던 순간과, 그 과정 속 느꼈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발행하기 위해 초안을 쓰고, 고치고, 다시 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늘 고민했다.
'이건 너무 어둡지 않을까?'
'아는 사람들이 보면 뭐라 할까?'


때로는 글을 쓰다 눈물로 얼굴이 온통 젖기도 했다.
‘죽고 싶었던 순간을 써도 될까.’
‘반복된 실패를 고백해도 될까.’
‘강사로서 ADHD를 겪는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을까.’


숨기고 싶던 장면들을 글로 드러내는 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외면하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럼에도 나는 매번 눌렀다. 발행하기 버튼을.


그리고 나는 용기 낸 크기만큼 깨달았다. 나의 약함을 고백하는 글이야말로, 누군가에게 가장 강하게 닿는다는 것을.

내가 가장 울며 쓴 글, 가장 큰 용기를 내어 발행한 글에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작가님 글 덕분에 용기를 냅니다.”


세상에는 나처럼 무너져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의 고백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계속 용기 내어 나의 경험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무너짐이 도약의 힘이 되듯, 지금도 내 괴로움은 글감이 된다. 그러나 그 지독함 속에서 이제는 웃으며 글을 쓴다.


내 고백은 단순히 무너졌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너졌기에 다시 뛸 수 있었다는 과정까지 담겨 있다.

그 과정을 글로 남기며, 나는 같은 어둠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무너져도. 우리 다시, 살아내 봐요.‘


기록을 쓰고, 읽으며, 마음으로 연결되는 경험.
조금은 솔직한 나를 내보여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나도 그랬다”라고 고개 끄덕이는 당신에게 닿는 글. 그것이 브런치를 통해 내가 이룬 가장 큰 꿈이다.


내 글은 나를 구했고, 동시에 누군가의 삶에도 닿았다.
언젠가부터 내 꿈은 ‘나라는 존재가 매개가 되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는데, 브런치는 나를 그 매개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무너진 순간 속에서도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그리고 나의 기록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바라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브런치를 통해 이어진 당신에게.


불행과 무너짐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살아내는 모습,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어요.


저는 무너질 때마다 기록할 거예요.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그때마다 우리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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