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싸움을 할 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승전이 있다. 조짐이 있고, 갈등이 빚어질 상황이 만들어지다가 위기상황에 놓이고 결국 터지고 만다. 그럼 해결이 있어야 할 텐데 아이들이 이 결을 만든다기보다, 보통 엄마들이 이 결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같이 우르르 화내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보통 결이 없이 끝맺음을 맞이한다. 화를 내서 아이들을 찍소리 없이 만든 다음에 결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 엄마였다.
ADHD아이들의 성향상 아이들은 보통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다.
기나 승이 짧게 지나가거나 거의 없이 지나가거나...
우리 아이가 특히 그게 심해졌다.
그저 갑자기 전이 확 나간다. 갑자기 화를 확 내는 것이다.
오은영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도 화를 가라앉힌 다음에 안아주고 말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고 토닥여 주고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완벽한 결로 끝맺음을 맺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런 것을 보면 부모의 인내가 참으로 큰 것 같다.)
하지만... 그래야 함이 옳은 것을 알면서도...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를 안아주는 것도 힘들 일이거니와 부모의 감정을 인내하는 것도 참으로 힘든 일이니까...
특히 나 같은 사람은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든 일 같다. 게다가 교육대학원을 나온 사람으로서 그것을 해내지 못한 것이 죄책감으로 다가와 너무나 괴로웠다.
그러나 병원을 다니면서, 선생님들께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이지만 마음이 편해진 구석이 있다.
왜 모든 것 짐을 다 껴안으려 하냐는 것이었다.
부모가 아무리 잘 키우려고 애써도 안 되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부모가 아프다고 해서 꼭 잘 안 되는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이해해 줄 거라고...
자신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상처 주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냐고...
비록 나의 결이 남들만큼 완벽한 결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결만큼만 하면 되는 거라고... 너무 남과 비교하지 마시라고...
그랬던 거 같다. 너무 남과 비교하며 완벽해지려고 했던 것 같다. 이미 출발 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결과를 낼 수 있겠는가... 또 같다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건 다른 문제란 것이다.
그래서 위안이 되었다.
요즘 TV를 보거나, 공부를 하면 모든 책임이 부모에 있음을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지 못함으로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학대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자고 다시 다짐해 본다. 비록 그것이 남들 할 수 있는 10분의 1일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