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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May 27. 2024

까마귀 날자 엄마 생각난다

까마귀가 울어도 재수 없지 않다. 엄마가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쓸쓸해지고 많이 그리워진다.


15년 전 외할머니는 딸을 먼저 떠나보냈다. 외할머니 비람 대로 49재를 지냈다. 어릴 적 사진으로만 기악에 님아 있던 절에 다시 갔다. 뛰어놀던 잔디밭은 화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곳곳이 시멘트로 단정해졌지만 삭막했다. 따뜻한 봄날이었는데 괜히 차가웠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49재를 지내는 동안 까미귀가 미친 듯이 울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 왜 하필 엄마를 보내는 의식에 재수 없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도 울었고 그다음 주에도 울었다. 결국 내내 까마귀와 함께 했다. 49재가 끝날 즈음에는 도리어 반가웠다. 니들도 함께 하는구나, 엄마를 보내는데 함께 해주는구나 싶었다.


배우가 되겠답시고 무작정 대학로 근처에 집을 얻어서 걸어 다니던 어느 날, 또 까마귀를 만났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49재 때만큼 요란하지는 않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한 마리였다. 까마귀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엄마가 보냈나? 하는 생각을 그날 처음 했다. 많이 지쳤던 날이어서 그랬는지 반가웠다. 너무 외로우면 밤 잠 설치게 만드는 모기도 반가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날이었다. 까마귀가 엄마처럼 달래주는 것 같았다.


결혼하기 전에 아내를 데리고 해인사에 갔다. 외할머니의 소원대로 해인사 원당암에 위패를 걸어두었다. 엄마한테 인사도 드릴 겸 드라이브 삼아 내려갔다. 그날도 까마귀가 울었다. 원래 절에는 까마귀가 많은 건지 우연인지 모른다. 희한한 건 아내와 원당암 근처를 걷는 동안 시끄럽게 울던 까마귀가 떠나려니 조용해진 거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우연의 사건들 덕분에 까마귀는 더 이상 미운 새가 아니다.


백운호숫가로 이사 왔다. 이곳은 마을이란 말을 쓴다. 원터마을, 능안마을… 시골 같은 느낌이라 그란지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까마귀를 더 자주 본다. 버스를 타러 나가는 길에 세 마리와 마주쳤다. 귀엽다. 억울하게 또 어디선가 재수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는 까마귀가 운다. 나는 까마귀가 울어도 재수 없지 않다. 엄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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