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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Mar 17. 2020

연극 '치료'가 아니라 연극 '코칭'입니다

연극코칭이란?

도대체 코칭이 뭐야?


'코칭'이란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닐 텐데, 앞에 '도대체'라는 말까지 붙여서 물어본다. 흔히 접하게 되는 스포츠 분야의 코치가 아니라 라이프 코치, 비즈니스 코치, 리더십 코치, 커리어 코치 등등 소위 전문코치들이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런데 내가 하는 건 '연극코칭'이라고 하니 설명하는 게 더 어렵다. 코칭에 대해 겨우 설명하고 나면,

상담이랑 뭐가 달라?


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연극코칭 설명은 아직 멀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치료, 심리상담과 코칭의 구분이 어렵다. 거기에 컨설팅, 멘토링까지 끼어들면 더 복잡해진다. 각각을 싹둑 잘라서 구분할 수 없지만 설명을 위한 설명을 해본다. 누군가는 명함이랑 계약서만 다르고 실제로 하는 건 비슷비슷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속 편한 설명일 수도 있다.



코칭의 정의


전 세계적으로 코치들의 연맹 또는 협회들이 있다. 이들 단체와 코칭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전문 코치들은 각자 다양하게 코칭을 정의하고 있다. 너무 많으면 더 헷갈리니 한국의 코칭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코치협회(KCA, Korea Coach Association)와 국제코치연맹(ICF, 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의 코칭 정의를 살펴보자.


먼저 국제코치연맹에서는 다음과 같이 코칭을 정의한다.

“ICF defines coaching as partnering with clients in a thought-provoking and creative process that inspires them to maximize their personal and professional potential.”

(*thought-provoking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하는)                      

출처: 국제코치연맹 홈페이지 https://coachfederation.org/about 


국제코치연맹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코치협회 및 한국 코칭 산업이 국제코치연맹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칭 산업은 2003년 6월 7일 ICF Korea Chapter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이를 계기로 2003년 12월 한국코치협회가 창설된다. 한때 몸담았던 한국리더십센터(한국코칭센터)의 김경섭 회장이 두 단체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한국코치협회는 국제코치연맹의 코칭 핵심 역량 및 윤리 기준을 적극 참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코치협회의 인증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코치연맹은 코치가 하는 일을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사람들이 더 높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준다.
둘째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것을 요청한다.
셋째 고객들이 보다 신속하게 결과를 생산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넷째 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 지원, 구조를 제공한다.      


한국코치협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코칭을 정의한다.     

“개인과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최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수평적 파트너십”

출처: 한국코치협회 홈페이지 http://www.kcoach.or.kr/02guide/guide01.html   



코칭의 특징     


첫 번째, 코칭은 소수를 대상으로 한다. 

‘코치’의 어원은 헝가리의 도시 코치(Kocs)에서 개발된 마차에서 유래한다. 전 유럽으로 퍼진 이 마차는 코치(kocsi) 또는 코트드지(kotdzi) 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며, 영국에서는 코치(coach)라고 했다. 집체 교육(training)의 어원인 기차(train)와 대비되는 좋은 예다. 마차(coach)는 현재 승객이 있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가 주는 개별 서비스인 것에 반해, 기차(train)는 집단 서비스다. 승객이 역까지 가서 승차한 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속도, 같은 경로로 정해진 종착지에서 하차해야 한다. 지금도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택시나 셔틀버스를 코치라고 부른다. 일반 버스는 기차와 같은 집단 서비스로 이용되고, 셔틀버스나 택시는 과거의 마차처럼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코칭은 다수가 아닌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한국코치협회에서 규정하는 그룹 코칭의 인원도 10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 공항 안내판 사진, 셔틀버스를 coaches라고 표기한다
호주 골드코스트 공항 안내판, 일반 버스를 coach와 구분해서 public bus라고 표기한다.


두 번째, 코칭은 수평적 파트너십을 지향한다. 

한국코치협회 코칭 정의에서도 불 수 있듯이 코칭은 코칭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이는 코칭과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는 멘토링과 대비된다.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멘티(mentee, 멘토링을 받는 사람)에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후배와 진지한 관계를 맺으며 역할 모델이 되고 개인적, 사회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멘토링이다. 일반적으로 멘토와 멘티의 관계는 위계적이며, 멘토는 멘티보다 상급자로서 수직적인 관계를 맺는다. 반면 코치는 경험과 지혜의 우위에서 조언하지 않으며, 수평적인 파트너로서, 코칭받는 사람이 스스로 숙고하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세 번째, 코칭은 답을 주지 않는다.

국제코치연맹(ICF) 및 한국코치협회는 코칭을 정의할 때 ‘극대화(maximize)’라는 표현을 쓴다. 코칭은 코칭받는 사람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컨설팅과 멘토링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한 진단, 조언, 충고, 제안을 주로 하는 반면 코칭은 경청, 질문, 피드백을 통해 코칭받는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코칭을 공부하던 초기에 배운 코칭의 특징은 '미래지향적, 고객지향적, 행동지향적'이었다.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코치가 답을 주지 않고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며, 실행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끈다는 뜻이다. 한동안 이 세 가지 특징을 미래의 '미', 스스로의 '스', 실행(Action)의 'A'를 따서 '미스A'라고 떠들고 다녔다. 앞글자를 따서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교수법(두문법)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미스A'를 쓰지 않는다. 두문법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미스A'는 코칭뿐만 아니라 일부 심리치료와 상담의 특징이기도 하다. 모든 심리 상담이 프로이트의 고전 심리학을 기반으로 과거에 집중하거나 인지적인 접근만을 하지 않는다. 상담의 여러 영역 중에서 특정 상담은 미스A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코칭을 다른 도구들과 더 명확히 구분한다면 '소수를 대상으로, 수평적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 스스로 답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연극코칭(Play Coaching)이란?  


연극코칭(Play Coaching)이란 연극적 기법과 개념을 활용한 코칭이다. 연극코칭은 기존의 연극치료(연극심리상담, Drama Therapy)와 다르다. 두 가지 모두 연극적 기법을 활용하지만 이론적 근거나 접근 방식에서 코칭과 치료(심리상담)으로 나뉘며, 연극적 개념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연극코칭의 ‘연극’ 영문은 ‘Drama’가 아닌 ‘Play’로 표기한다. Drama는 주로 문학 용어로써 희곡이나 TV에서 방영되는 극을 일컫는다. 때문에 희곡이라는 문학적 의미와 TV 영상물이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Play를 택하였다. Play는 명사로서 ‘연극’, ‘희곡’이라는 뜻과 함께 동사로서 ‘어떤 행위를 하다’, ‘맡은 배역을 연기하다’, ‘공연되다’, ‘놀다’, ‘재생하다’는 뜻도 있다.


특히 연극코칭프로그램(Play Coaching Program, PCP)은 코치들이 연극적 개념과 기법을 활용하여 ‘연극코치’다운 행위를 하면서(play)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극코치’를 연기할 수 있도록(play)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며, 마치 놀이(play) 같은 활동을 체험하면서 코칭 현장에서 재생(play) 가능한 코칭 스킬을 훈련한다.



연극코칭에서 활용되는 연극적 개념연극적 기법은 아래와 같다.


[연극적 개념]


(1) 초목표 (super-objective) :  작품의 모든 역할과 장면을 관통하는 목표


연극, 뮤지컬 같은 무대 공연 예술과 영화로 대표되는 영상 예술 작품은 수많은 장면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각 장면에는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목표(objective)가 반영된다. 각 장면에서 연기하는 배우 역시 해당 장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우로서의 목표(objective)가 생긴다. 이런 개개의 목표들과 달리 초목표(super-objective)는 하나의 작품이 지향하는 목표다. 작품을 이루는 개개의 장면들도 목표가 있지만 모든 장면이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에도 목표가 있다. 이때 초목표는 개개의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가 아니라 작품의 전체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다. 한 장면의 목표가 아닌 모든 장면의 목표다. 초목표는 각각의 장면이 지향하는 목표의 목표다. 초목표는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공동 목표이며, 모든 장면이 향해가는 궁극적 지향점이다.
 
 (2) 메소드 연기 (method acting) :  배역과 같은 인물로 신뢰받기 위한 노력의 방법(method) 적용한 연기


메소드 연기를 직역하면 ‘방법 연기’다. ‘방법’은 배역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 배우가 활용하는 노력의 ‘방법’을 뜻한다.  그런 방법, 즉 ‘메소드(method)’로 훈련된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가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이다. 실제 ‘메소드’로 통용되는 메소드 연기의 개념과 방법론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연극코칭 프로그램(Play Coaching Program, PCP)에서는 메소드 연기의 다양한 방법론보다 ‘메소드’라는 용어의 의미에 초점을 둔다.


(3) 이중적 현존 (double existence) : 무대 위에서 ‘행위자로서의 배우와 ‘관찰자로서의 배우로 동시에 존재하는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나’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나를 관찰하는 나’, 두 개의  나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배우 꼬끄랭(Benoît-Constant Coqueli)은 배우의 ‘이중성’이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했다. 이 이중성은 <제1의 자아>와 <제2의 자아>로 구분된다. <제1의 자아>는 실제 세계의 자신이고, <제2의 자아>는 작품 세계 안의 자신이다. 따라서 <제1의 자아>는 <제2의 자아>의 주인 역할을 하고, 전자는 후자를 조정하게 된다.



[연극적 기법]

 
(1) 희곡 창작 기법

행동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글(대본, 臺本)을 창작하는 기술 및 방법을 말한다.


(2) 무대 연출 기법

작품의 초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무대 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관객에게 의미 있게 전달되게 하는 기술 및 방법이다.


(3) 배우의 연기 기법
상연되는 작품의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맡은 역할의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인지적 기술, 화술, 동작술을 의미한다.


(4) 작품을 매개로  관객과의 소통 기법 
작품의 초목표를 명확히 하고, 관객에게 상연될 장면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초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장면을 제작하는 기술 및 방법을 뜻한다.




연극코칭(Play Coaching)이란 연극적 기법과 개념을 활용한 코칭이다. 즉 '초목표', '메소드 연기', '이중적 현존' 개념과 '희곡 창작 기법', '무대 연출 기법', '배우의 연기 기법', '작품을 매개로 한 관객과의 소통 기법'을 활용한 코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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