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6가지 질문 How
Leadership은 영어다. 외래어로서 한글로는 '리더십'으로 표기한다. '리더쉽'은 잘못된 표기다.(국립국어원 규정 용례 참고) '지도력', '통솔력'으로 순화해서 쓰기도 하지만 이미 리더십 그대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영어 Leadership을 분해하면서 시작한다.
Lead의 라틴어 어원은 'ducere'로서 어원에서부터 '이끌다'는 뜻이 있었다. 거기에 -er이 붙어서 Leader, 이끄는 사람이 된다. -ship은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Leader 뒤에 쓰일 때는 '-로서의 기술/능력'이란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Lead-er-ship은 '이끄는 사람으로서의 기술 및 능력'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길게 한 이유는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자들 조차 리더십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지 않고 책이나 논문을 쓰기 때문이다. 무려 95%이다.(Rost, J.C. 1993)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리더십 훈련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리더십은 어떻게 이끄는 기술(능력)일까? 결국 리더 자신의 생각, 감정, 말, 행동을 어떻게 이끄느냐가 관건이다. 원하는 모습이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과 감정과 말과 행동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야 한다.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운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야 한다. 생각, 감정, 말, 행동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생각은 하나의 뜻으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의미가 다양하다. 여기서는 리더십과 연결하기 위해 생각을 뜻하는 한자 상(想), 염(念), 사(思), 세 가지로 살펴본다. 상(想)은 모양(形像, 형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뜻한다. 상상(想像), 연상(聯想) 등으로 쓰인다. 염(念)은 지금(今) 마음(心)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염두(念頭)에 둔다는 표현이나 떠나지 않는 생각이 바람이 된 염원(念願), 굳게 믿고 마음에 담아둔 신념(信念), 고정관념(固定觀念) 등에 쓰인다. 사(思)는 머리로 따져서 하는 생각이다. 주로 깊이 헤아린다는 뜻의 려(慮)나 고(考)와 함께 쓰여 사려(思慮), 사고(思考)라 한다. 리더가 하는 생각도 크게 이 세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리더가 되고 싶은 모습과 가까워지도록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생각을 이끄는 것이다.
1) 떠오른 생각(想)을 이끄는 방법은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想)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 생각(想)은 마치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다. 이미지, 장면이다. 리더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부정적인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고, 암울한 미래가 그려질 수도 있다. 자기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想)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생각(想)을 계속하느냐 마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 이럴 때 의식적으로 과거의 긍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거나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특히 상상(想像)은 모든 정신 활동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생각과 더해져 복합적인 생각을 만드는 만큼 리더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긍정적인 관점으로 전환해서 다른 장면으로 바꾸는 것과 운동선수들이 활용하는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도 넓게 보면 생각(想)을 활용하는 것이다. 리더로서 조직이 꿈꾸는 미래를 그리는 힘, 그 모습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떠올릴 수 있는 힘도 생각(想)으로 부터 시작된다.
2) 마음에 떠나지 않는 생각(念)을 이끄는 방법은 과거의 생각(念)을 의도적으로 떠나보내고 다른 생각(念)이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이 쉬운 예다. 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固定) 생각(念)이다. 고정관념은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유연하지 않은 생각(念)은 리더의 몸과 마음도 굳게 만든다.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s)도 마찬가지다. 리더 역할을 하면서 겪는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해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 '~하면 큰일이다.', '~한 것은 가치가 없다.' 등으로 표현된다. 리더가 원하는 모습이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데 방해가 되는 생각(念)은 미련 없이 떠나보내야 한다. 그 자리에 유연한 관념, 합리적인 신념, 나아가 조직문화의 핵심이 되는 공유가치(Shared Value)에 대한 믿음, 사명과 비전, 목표가 실현되는 염원을 담아야 한다.
3) 머리로 따져서 하는 생각(思)을 이끄는 방법은 이미 한 생각(想, 念, 思)에 대해 다시 생각(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생각(想, 念)을 이끄는 방법도 이 방법과 따로 떼어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리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아야 생각을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팔로워를 보면서 '저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왜 저렇게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자기한테도 도움이 되는데...', '저런 생각으로 일하면 비전이 없는데...', '경험이 없어서 저렇게 밖에 생각할 줄 모르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것들은 리더의 생각이다. 결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팔로워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비전에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을 하는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미 한 생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것은 '저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자기한테도 도움이 된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저런 생각으로 일하면 비전이 없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 '경험이 없어서 저렇게 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로 구현된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특히 해석, 추론, 판단, 평가는 생각(思)과 관련 깊다. 리더의 생각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능력,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발휘해야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막막해진다. 감정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뤄야 할까?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덜컥 걱정부터 앞서는 것 같다. 리더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를 강의하라면 감정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코치로서 공감의 효과를 잘 알기도 하고, 현장에서 만난 리더들이 다른 리더십 역량에 비해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떨어져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긴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은 책임감도 느끼고, 어차피 학문적이지 않은 글이니 간단히 정리하고 싶은 귀차니즘도 있다. 여기까지가 '감정을 이끄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는 나의 감정이다. 나는 막막함, 걱정스러움, 간절함, 아쉬움, 책임감, 귀찮음, 총 6개의 감정 단어를 사용했다. 이렇듯 감정을 이끄는 방법도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출발이다.
감정을 알아차리라고 하면 감정이 느낌, 기분, 정서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냥 글자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학문적이지 않은 글이니까 웃자고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느낌, 기분, 정서,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딱 잘라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차피 누군가 단어의 정의를 내리고 기준을 만들어 놓더라도 현실에서는 각자의 정의대로 사용한다. 리더십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어를 번역할 때 구분하는 것을 참고할 수는 있다. 보통 feeling은 느낌, mood는 기분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emotion과 affect는 애매하다. 한국심리학회는 emotion을 정서로, affect를 감정, 정서, 정동(情動) 등으로 번역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emotion을 감정으로, affect를 정동으로 구분해서 번역한다. 이 글에서는 그냥 '감정'이라고 하자.
1) 감정을 이끄는 첫 번째 방법 : 같은 자극으로부터 평소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싶은 경우
결론은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야 할 정도로 어려운 얘기다. 그런데 진실이다. 똑같은 자극에도 사람들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낀다. 같은 자극에 어떤 사람은 A라는 감정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B라는 감정을 느낀다. A를 느끼는 사람과 B를 느끼는 사람은 모든 것이 다른 인간이다. 심지어 여러 사람이 같은 감정(A)을 느낀다 하더라도 강도가 다를 수 있고(A'), 지속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A''). 파고 들어가면 같은 감정 단어를 쓰더라도 구체적인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같은 자극에 100명이 '재밌다'로 표현한다고 해서 100명 모두 똑같은 재미를 느꼈다고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고 착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말하더라도 실제 감정은 다르다. 같은 자극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수는 그 자극을 받은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 같은 자극에도 사람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같은 자극으로부터 다른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과 다른 인간이 되는 수밖에 없다. 어려워도 도전하고 싶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노력을 하면 된다. 너무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니 이미 느낀 감정을 어떻게 잘 다룰 것인가를 다루면 좋겠다. 이미 느낀 감정을 잘 다루는 노력을 하다 보면 더 효과적으로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있다.
2) 감정을 이끄는 두 번째 방법 : 이미 느낀 감정을 잘 다루고 싶은 경우
실제로 감정의 원인은 현재의 자극보다 의식하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과 관계된 경우가 더 많다.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는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인생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미 일어난 감정은 부정하는 것보다 긍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감정을 느낀 사람은 그 순간 그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리더로서 '회의 중에 화를 내면 안 되죠!'라고 호통 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상대는 인생을 존중받지 못하는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럼 리더라고 해서 회의 중에 화내는 걸 다 받아줘야 되냐고 따지고 싶은가? 그렇게 따지고 싶은 마음은 리더로서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그것마저 존중한다. 감정은 존중하되 행동(말)은 관리하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세련된 리더였다면, 조금 더 성숙한 리더였다면, 감정을 잘 이끌 줄 아는 리더십 있는 리더였다면, '회의 중에 화가 날 수는 있습니다만 언성을 높이면서 삿대질을 하는 것은 자제해주기 바랍니다. 저도 리더로서 당황스럽고 염려됩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상대와 감정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리더 자신의 감정을 이끄는 방법으로 돌아와 보자.
이미 느낀 감정을 잘 해소하고 싶다면 과거가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리더십은 언제 이끄는 기술(능력)인가?'와 연결된다. 감정이 일어나서 느낀 것은 과거다. 아주 잠깐 전이었다고 해도 과거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 것에 대해 자책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생각할수록 열 받으면 안 된다. 이미 일어난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선의 첫 번째 순서, [관찰]
'내가 ( 이런 )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하고 나를 본다.
예를 들어 화난 감정을 느꼈다면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나를 본다. 관찰한다. 받아들이고 수용한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아직 받아들이는 것도 안되고 수용 따위는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본다. 그냥 보는 것이 강력한 방법이다. 그리고 보다 보면 괜찮아진다. 처음에는 100의 90 정도로 화가 났었다면, 보다 보니 80, 70...으로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보는 것이 안된다는 사람이 많다. '내가 화났구나' 하고 보는 시작이 어렵다. 그래서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크게 숨 쉴 것을 권한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쉬는 숨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쉬는 아주 깊은 숨이다. 일단 한 번만이라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러면 3초 정도가 흐른다. 그 시간이 기회다. 실제로 깊은 호흡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그때는 마침내 화난 나를 보는 것이 아주 조금이나마 수월해진다. 그래도 안되면 한번 더 호흡한다. 그럼 6초가 흐르는 동안 90 정도의 화가 88, 85, 83...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 [추리]
'이런 감정을 느낀 데는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생각을 이끄는 방법에서 설명했듯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생각이 있다. 감정에 인생이 반영된다는 표현은 일생동안 해오던 생각이 감정을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들은 통제하기 힘들다. 이미 일어난 생각은 지울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자기도 모르게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군' 하는 생각을 하면 손쓸 틈 없이 화가 난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은 거짓말일 거야', '참 이기적인 사람이군' 같은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추리해본다. '거짓말로 변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을 수도 있겠구나,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서 화가 났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시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와 연결된다.
마지막 [성찰]
'내가 ( 이런 ) 사람이라서 ( 이런 ) 감정을 느꼈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는 것이 너무 싫고, 거짓말, 변명을 싫어하고, 이기적인 인간을 혐오하나 보다'하고 정리한다. 내가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그동안 무시, 거짓말, 변명, 이기적인 인간을 싫어하게 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나는 존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정직, 진정성, 당당함을 좋아하고, 배려에 가치를 두는구나'하고 성찰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자신의 가치관, 성격 등도 파악되면서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추리와 성찰의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생각의 목적은 정확한 추리를 통해서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찾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해소하고 자기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이끌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감정을 이끈다는 것은 존재 전체, 삶 자체를 이끄는 방법이 될 수 있다.
3) 감정을 이끄는 세 번째 방법: 전혀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경우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려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감정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을 일으키는 자극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간단하게는 생각을 이끄는 방법에서 다룬 것처럼 생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생각과 감정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자세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비언어적 요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특정 자세로 원하는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자신감을 느끼고 싶다면 자신감 넘칠 때 취하게 되는 동작과 표정을 만들어서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생각이나 행동을 자극으로 만들어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실제로 배우들이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에 쓰는 대표적인 방법, 즉 Method다. 감정을 일으키는 자극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환경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여는 행위만으로도 자극은 바뀐다. 일어나기도 싫다면 앉아있는 방향만 바꿔보라. 의자를 돌려 다른 곳을 보라. 다른 시각적 자극이 생긴다. 새로운 감정은 새로운 자극으로 부터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말과 행동은 생각이나 감정에 비해 관찰하기 수월하다. 다만 자기 인식(self-awareness) 능력이 떨어지는 리더는 자신이 무슨 말,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라서 다른 말과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다시 강조되는 것이 알아차림(awareness)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리더로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연극을 활용한 교육 중에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를 따라 걷게 하는 시간이 있다. 경험적으로 100 퍼센트가 '내가 저렇게 걸어요?'라고 한다. 99%도 아니고 100%다. 배우들은 말과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배우는 감독의 시선으로 때로는 카메라에 담긴 자신을 보면서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다르게 이끌어 나간다. 리더도 배우처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인생의 무대에서 자기 자신을 볼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에 대해서 개념적인 접근을 원한다면 self-monitoring을 참고해도 좋다.
자신을 볼 수 있는 눈을 떴다면 다음은 리더가 원하는 모습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단순히 모니터링 하는 것을 넘어선다. self-regulation, self-control이 필요하다. 자신이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처럼 실제로 말하고 행동하는 실천을 해야한다. 구체적인 실행을 돕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그냥, 지금 이 순간, 당장' 하는 것이다.
리더십에 대해 머리로 공부하고, 모여서 회의하고,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다르다. 리더십은 말과 행동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리더의 생각, 감정, 말, 행동이 곧 리더지만 리더십은 결국 말과 행동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조직을 위하고 사랑하며, 아무리 팔로워들을 믿고 아껴도 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말과 행동이 없으면 리더십은 없다.
리더는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강의 중에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잘 안된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정말 아는 게 맞냐고 바로 되묻고 싶지만 그건 나의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감부터 한다. 그렇게 용기 내어 묻는 리더는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많이 답답하셨겠네요.' 이 말이 강사인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인 경우가 많다. 그러고 기다리면 자연스레 상대가 다시 뭐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더 이어서 말하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지만 대부분 상대는 답답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질문했겠지. 그리고 같이 머리로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정말 아는 게 맞는지 고민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아는 것 같은데 실천이 안 된다면 절실함에 대해 묻고 싶다. 간절하게 실천하고 싶은가? 정말 그런가?
뜨거운 것을 손에 쥐고, '강사님, 손에 쥔 게 뜨거워서 내려놓고 싶은데 잘 안 내려놔집니다. 머리로는 내려놔야지 내려놔야지 하는데 몸이 안 따라주네요. 어떻게 하면 이 뜨거운 걸 내려놓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분께 뜨거운 걸 쥐고 있는 손의 뼈와 근육에 대해 설명하고, 뜨거운 것을 오래 쥐고 있을 때 입게 되는 화상에 대한 연구 자료를 소개해줘야 할까? 진짜 뜨거우면 당장 내려놓고, 쥐고 있을 만하면 그냥 계속 쥐고 있으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친절히 도와준다면 뜨거운 걸 쥐고 있는 손으로 차가운 다른 물건을 집으라고 권할 수 있다. 그럼 자연스레 뜨거운 걸 내려놓고 차가운 걸 쥘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마저 당신이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혹은 뜨겁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 뜨거운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으니 쥐고 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정말 뜨거워서 손이 녹아내리는데 뜨거운지도 모르고 손에 쥐고 사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