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전부터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냥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방치를 했더니만,
일주일 전부터는 감기도 아닌 것이, 기침을 하루에 100번 넘게 하는 것이다.
심할 땐 구역질 일보 직전까지 가는데,
이젠 도저히 모른 척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의 주치의 선생님께 달려갔더니,
"번 아웃 일보 직전이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셨다. ㅠ.ㅠ
또 다시 번 아웃 되는 건 절대 안 돼!!!!!!!!!!!!!!!!!!
도대체 나는 왜 또 번 아웃이 되려 하는 걸까?
물리적인 일의 양이나, 스트레스의 정도로 보면, 절대로 번 아웃이 될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왜? 도대체 뭣 때문에?? 뭐가 문제지???
그렇게 고민만 하던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내가 집단 상담을 인도하는 꿈이었는데,
사람들이 막 떠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하고 이제 수업을 시작하자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자기들끼리 떠들기만 했다.
책상을 동그랗게 돌려앉자고 하는 내 말도 무시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감정적인 대응을 해버렸는데,
그러자 그 사람들이 나를 비웃듯이 쳐다보는 눈길에 기가 죽어버렸다.
그 와중에 그들이 서로 나누는 얘기들이 어찌나 수준이 높은지... (내가 1도 모르는 물리 얘기 같은 거였음. ㅠ.ㅠ)
나는 완전히 위축되어서 한 구석으로 물러나면서,
수업 컨트롤에 완전히 실패하는 꿈이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한 상태로 눈을 번쩍 뜨고 나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두려움'이었다.
내가 사람들보다 아는 것이 적으면 어쩌지?
사람들이 내 말을 안 듣고 무시하면 어쩌지?
내가 수업을 '통제(컨트롤)' 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그때 곧바로 떠오른 그림책이 바로 '겁쟁이 빌리'였다.
빌리는 정말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모자들이 자기를 습격하면 어쩌지?
신발들이 자기들끼리 창 밖으로 도망가버리면 어쩌지?
새가 날 잡아가면 어쩌지?
비가 와서 방이 물바다가 되면 어쩌지?
이런 오만 가지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빌리를 생각하다 보니,
빌리의 걱정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사실 집단 상담이라는 것 자체가 통제랑은 거리가 먼 작업이다.
일단 각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는 거라서,
상황에 대한 예측이나 대비 자체가 불가능하다.
난 그런 쪽에 강점이 있는 타입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속으론 계속 걱정하고, 겁 먹고, 두려워하고 있었나보다.
내 몸이 보여주는 증거들을 보아하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두려움이 사람의 에너지를 얼마나 잠식하는지는.... 뭐, 말할 필요도 없겠고.
'통제 욕구'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내 의지대로 굴러가야 안심이 되는 마음.
빌리는 자신의 걱정을 걱정 인형에게 맡겨버렸다.
나는 한동안 일에 치여 잊고 있었던 '삶'을 상기하련다.
내 힘으론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인 삶,
거기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걸 또 깜빡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