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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24. 2021

영화 "어바웃 타임" 감상문


믿고 보는 워킹 타이틀의 영화 '어바웃 타임'. 

찾아보니 2013년에 개봉했었네. 벌써 8년 전이다. 


예전에 극장에서 봤을 때는, 초반에 시간 여행을 하면서 계속 과거로 왔다갔다 하는 장면들을 아주 재밌게 보다가, 시간 여행을 못 하게 되는, 혹은 안 하게 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살짝 지루해진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시 봤을 땐 정확히 반대였다.

초반에 아주 불편하게 보다가, 뒤로 가서야 비로소 만족스러워졌다.


나는 팀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자꾸만 시간 여행을 하는 앞부분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실수를 너무도 싫어하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수는 이미 망쳐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하는 안간힘이 느껴졌다.

실수가 없는 순간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나는 사람들이 실수를 싫어하는 게 너무 싫다. 

실수는 우리가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고, 그래서 자꾸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이렇게 시간 여행이라도 해서 실수를 없애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영화는 그런 어리석음에 대해 결국 인정하게 되는 결론으로 가긴 하지만,

실수에 좀 더 관대해질 순 없을까?

물론 실수한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 보이고, 견딜 수 없이 괴롭겠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면, 가능하지도 않는 완벽함에 목을 매다가 평생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나의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 '잊을 수 없는 실수 / 실패'라는 주제를 새롭게 추가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주제에 대해 수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고, 어렵지 않게 금방 써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만큼은 극도로 꺼린다. 

자기가 한 실수나 실패가 너무 부끄러워서, 수치스러워서, 도저히 남에게 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기 있는 몇 친구가 발표를 하는 걸 듣고 나면,

그게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큰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심지어 실수를 한 당사자가 귀엽게 느껴진다거나, 이해가 된다거나, 심지어 위로를 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여기서는 내로남불이 반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남의 실수는 관대하게 봐줄 수 있지만, 내 실수는 너무 창피한 거지. 


사실 실수담, 실패담 만큼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없다.

실수한 경험이 많다는 얘기는, 삶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 꺼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수와 실패는 우리의 삶을 그만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우리가 더 많이, 더 자주 실수하고, 실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 중에서, 지워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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