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답이 없다.
아직까지도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해답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리라. ㅠ.ㅠ
그리(남자곰)와 즐리(여자곰)는 사이좋은 친구다.
하지만 그리는 치우는 걸 싫어하고, 즐리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그리는 계속 어지럽히기만 하고, 즐리는 혼자서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우다가 지쳐버리고 만다.
자기만 계속 치우는 것에 화가 난 즐리는 결국 자기도 안 치우기로 결심한다.
그와 동시에 그리와 즐리의 집은 쓰레기장이 되고,
둘은 계속해서 서로를 탓하는 자존심 싸움만 벌이면서 사이가 급속도로 악화된다.
이 그림책의 제목과는 좀 다르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가슴 속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왜 나만 힘들어야 해?", (남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왜 나만 해야 해?". "왜 내가 다 해결해야 돼?"
이런 말들이다.
이 말을 하는 내 마음 속에 가득한 감정은 '억울함'이다.
일이 제대로 되길 바라는 내 성격이 죄야?
뭐든 깔끔하게 처리하길 원하는 내 기질이 죄냐고?
이렇게 타고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일을 나만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돼???
니들은 뻔히 보고만 있으면서, 왜 다 나만 해야 하냐고!!!!!!!!!!!!!!!!!!!!!!!!!!!!!!!!!!!!!!!!!!!!!
씨익 씨익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와중에, 문득 들리는 소리.
"누가 너 보고 하랬어? 니가 한 거잖아? 니가 좋아서 한 거잖아?
싫으면 하지 마. 아무도 뭐라 안 해. 왜 지가 해놓고 지가 난리야? 너 때문에 우리도 피곤해!"
아... 그렇다.
아무도 나보고 강요한 사람도 없고, 시킨 사람도 없었다. 인정.
내가 좋아서 한 건데, 하다 보니 하도 힘들어서 억울해졌을 뿐.
이게 바로 나의 아킬레스 건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라는 것. ㅠ.ㅠ
난 확실한 게 좋으니, 그냥 확실하게 하려고 노력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남들이 확실하게 해주질 않으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체가 확실해지지 않는 것이 짜증났다.
나는 일도, 타인도, 이 세상도, 다 내 뜻대로 되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impossible dream.
이 불가능한 꿈이 나를 괴롭히는 주 원인이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불가능한 기대,
그것이 있는 한, 나는 번번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
백전 백패.
세상은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는 아무리 치우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도,
최소한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즐리는 아무리 깔끔하게 지내고 싶어하더라도,
남들이 다 나 같을 순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그리는 조금 더 치우고, 즐리는 조금 더 더러운 걸 견뎌낼 수 있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변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를 본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나를 본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너는 나쁜 사람이라고 소리치고 싶어하는 나를 본다.
내 방식만이 최선이라고 우기고 싶어하는 나를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여전히 내게 불편하다.
도대체 언제쯤 되야... 나는 이 책을 분통 터지지 않고 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