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미안해요 사실 팬이었어요!
팝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사람은 누가 있을까?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스쳐갈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이클잭슨, 비틀즈... 그리고 나에게는 퀸(Queen), 아니 솔직하게는 퀸의 프레디머큐리가 있다.
가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중학생들을 본 적이 있는가? 뭔가 붕떠있고, 왠지 불안전한 모습의..나의 그런 불안정한 중학생 시절에 그래도 위안을 주는 것들이 있었으니 퀸의 존재가 그러했고, 뭐가 좋고 싫고도 구분을 못했던 그런 어린 시절에 나는 퀸이라는 밴드에 무한정 빠져들었었다. 교실 한 구탱이에서 "One Dream One Soul, One prize One Goal~"이라며 A Kind of Magic 의 곡들을 흥얼거리는 나에게, 친구들은 "쟤 뭐냐?"란 핀잔을 하기 일쑤 였지만, 난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을 그들의 음악으로 채워갔고, 지금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퀸을 꼽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홍역같은 퀸 앓이도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오늘 이 글이 마치 퀸에 대한 사과문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어렸을 적 오해와, 부끄러움 때문에 음악적 감동에 떳떳하지 못했던 실수아닌 실수를 다시 끄집어내어 반성하고 싶은 나의 죄책감에 기인하고 있다.
퀸의 음악을 추천하고, 들어보라 테이프를 내밀었던 나에게 친구들은 야누스적인 그의 목소리를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였고, 시끄러운 음악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테이프를 다시 돌려주기 일쑤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 또한 "퀸의 팬이다."라고 입밖에 내는것을 조금씩 꺼려하기 시작했다.
2018년!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한 퀸(Queen) 돌아보기,
영화는 다 좋았지만, 내 머릿속에 프레디 머큐리는 단 한번도 그렇게 얇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후반부에서는 라미말렉은 진짜 프레디 머큐리가 된다.
2018년, 퀸을 소재로한 영화 "보헤미안랩소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팟캐스트 방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아니 사실은 사람들이 퀸을 받아들이는 느낌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한 달음에 극장을 찾아서 관람을 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쥬크박스 뮤지컬이란 장르를 알게 되면서, 또 퀸의 이러한 뮤지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퀸의 이야기에 굳었던 마음이 조금 동요한 것도 사실이고, 이왕 하는거 정말 잘 다뤄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탓도 있을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우선 영화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모든 캐릭터에 대한 고증이 그렇게 치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은(라미말렉 분) 너무 약하게 그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퀸의 음악을 많이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작은(?) 머리(頭)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같은 보컬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말하지 않던가? "앞 니의 개수가 더 많아서 공간도 더 넓어 좋은소리가 난다" 고.
하지만, "난 무대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된다"는 영화속 대사처럼, 라미말렉은 후반부에 진짜 프레디 머큐리가 되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도 한 명의 아티스트로 혼신을 쏟아낸 것이 분명했다. 영화는 134분의 런닝타임을 훌륭히 소화하고 "Show must go on!" 을 외치며 끝이 난다. 그럼 우선 그동안 켜켜히 쌓아왔던, 퀸에 대한 오해아닌 오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식으로 퀸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프레디 머큐리, 영국사람 아니군요?
난 프레디 머큐리가 당연히 영국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디서 잘못 주워들었는지 몰라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섬인 잔지바르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님은 인도인들이었다. 인도와 아프리카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고, 부모님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고대 페르시아인들 창시)가 어찌되었건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라이브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God Save The Queen 퍼포먼스에 어렸을 적 어리둥절 했던건 사실이다. "이런거 좀 싫다구ㅠ"
※ 아, 맞다 퀸은 영국 밴드지?
왜 그렇게 일본을 좋아하는 건가요? ㅠㅠ
떼창은 우리가 훨씬 낫다구요! 이로레로레~~로
퀸의 일본사랑은, 그들이 아시아 투어로는 최초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극진한 환대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퀸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앨범들을 사 모아서 듣곤 했는데, Teo Torriate 라는 곡을 들으면서 충격에 빠졌었다. 일본어 가사까지 나오고, 전혀 퀸 스럽지 않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퀸이 일본 공연 이후 일본에 바치는 노래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데체 어떻게 환대를 했기에..."우리나라에도 1980년, 내한공연이 추진 되었으나 방송불가등의 문제로 결국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때의 아시아 음악의 패권이 지금만 같았더라면 퀸이 한국을 먼저 방문했을 수도 있었을텐데...그러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어로 퀸이 노래를 부른 앨범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오 프레디 머큐리, 떼창은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낫다구요!"
지금 여자목소리 내고 있는 건가요?
(아니, 그의 영혼은 깨지기 쉬웠을지 모르나, 그의 육체는 강했을 것이다!)
내가 친구들에게 들려 주던 Seaside Rendezvous 나, Killer Queen 등은 언제나 "목소리를 왜 저렇게 해" 라고 하면서 핀잔아닌 핀잔섞인 반응으로 돌아올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봐라! 그게 어디 쉬운 발성인가? 심지어 전 세계에 그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나도 한때 고음을 잘 낸다고 자부했지만, 아무리 아무리 따라해도 그런 소리는 낼 수가 없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프레디머큐리 바리톤 설"이 아무래도 맞는것 같다. 어떻게 바리톤이면서도 그렇게 높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확실한건 프레디머큐리의 영혼은 굉장히 깨지기 쉽고 혼란했지만, 그의 육체는 굉장히 강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약한 육체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천의 목소리?
아니, 밴드 맴버들의 보컬이 훌륭해서 그런거다.
나의 중고등학교는 거의 라디오 시대였던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나마 MTV바(그당시에는 MTV를 틀어주는 Bar 들이 있었다.)를 다니면서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지만, 아무튼 근래에 유튜브를 통해서 퀸의 라이브공연등을 보면 로저테일러나 브라이언메이의 보컬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프레디 머큐리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묻힐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밴드는 굉장히 민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로저테일러나 브라이언메이의 솔로곡들이 있고 또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소리로만 퀸의 음악을 듣던 세대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굉장히 다양하다"라고 하면서 맴버들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헤프닝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되며, 영화에서도 이런 부분이 많이 조명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로저 테일러의 목소리로 I'm in Love with My Car를 들어보자(이게 예전에 CF에서도 쓰였던것 같은데 도무지 자료를 찾을 수 없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브라이언 메이의 보컬은 또 어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브라이언메이의 버전이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꼭 찾아보길 바라며...
Love of my life는 프레디 머큐리의 영원한 뮤즈 메리 오스틴을 위한 곡이다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영화에서도 그려지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은 매우 외로웠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영원한 뮤즈인 메리 오스틴이 있어 그나마 덜 외롭지 않았을까? 프레디 머큐리는 늘, "그녀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고 하며, 죽을때 자신의 모든 곡의 저작권을 메리 오스틴에게 남겼다고 하니, 그 애정이 대단했다고 하겠다. 또한 만약 Love of my life가 그의 남자친구를 위한 곡이었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곡을 남들 앞에서 마음대로 부르겠는가? 조금 어색하지 않았을까?
이상으로 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알아보았다. 이 외에도 비하인드 에피소드는 너무나 많다. 아마 영화로 몇편을 만들 수 있을것 같다. 예를 들면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달성하는 데에 마이클 잭슨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 로저 테일러가 밝힌 바에 의하면 본래 퀸은 해당곡의 히트 가능성을 낮게 보며 싱글 발매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나 마이클 잭슨이 반드시 크게 히트할 것이라고 자신들을 설득하여 결국 내놓게 된 것이라고 했다든지..영화 하이랜더에 A Kind of magic 앨범의 많은 곡이 사용되었다든지...너무나 많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참, 나에게도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동영상이 있었는데, 어떤 외국인 남자가 Queen의 Somebody to love를 모창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디지털녹음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프레디머큐리의 모창을 더빙한 남자가 마크마텔이란 사람이며, 그 사람의 동영상을 우연히 찾다보니! 그 사람이 바로 나에게 영향을 준 동영상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두둥!
※ 프레디머큐리와 마이클젝슨의 Victory란 곡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못다한 얘기는 방송을 통해서 만나요!
http://www.podbbang.com/ch/13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