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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 애널리스트 Jun 13. 2020

멜론 실시간 차트 폐지는 필요할까?

차트 조작을 막기 위한 그들의 대처

국내 음악 서비스 1위인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폐지한다. 1시간 단위로 재생량을 집계해 발표하는 현행 실시간 차트 방식에서 24시간 누적 재생량을 반영해 매시간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최근 플로(flo)의 차트 개편과 바이브(VIBE)의 정산 방식 변경 등, 소비자로부터 지적받아 왔던 차트 조작 문제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고안해왔다. 이런 변화는 업계 1위인 멜론까지 실시간 차트 폐지를 통해 차트 조작 방지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그동안 실시간 차트는 각종 편법을 부추겨 실제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사재기, 팬덤, 무한 스트리밍 등 실시간 차트의 조작 행위에 대해 소극적이던 멜론의 변화는 대체로 환영을 받는 위기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반기지 않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소비자 및 음반 업계의 입장과 요인을 고려하여 토론을 진행해보았다.


멜론/카카오 제공


멜론의 실시간 차트 폐지를 지지한다.



차트 순위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차트는 실시간으로 해당 음원의 동시 스트리밍수를 집계해서 순위를 산출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대형 팬덤에서는 해당 음원을 무한 스트리밍하며 순위를 올리는 등 각종 사재기로 차트 조작이 가능한 방식이었다. 이 결과, 차트 집계의 신뢰성이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해 차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9일, 멜론 측은 실시간 차트에 대대적인 변화를 알렸다. 이에 따르면 기존 1시간 단위 재생량을 집계하는 현행 차트를 폐지, 24시간 누적 재생량으로 차트 기준이 변경된다. 이는 앞서 플로가 발표한 플로차트 변경과 같은 맥락이다. 한 이용자가 하루에 같은 음원을 매 시간 중복 청취해도 하루에 한 번만 집계되기 때문에 사재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사재기를 통한 차트 조작을 방지할 수 있다.


바이브(VIBE) 제공 ‘VPS 홍보자료’ 일부 인용



음악 청취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차트의 상위권에 있는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재생하는 등, 인기곡과 비인기곡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졌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차트에 있는 인기 곡을 전체 플레이를 함으로써 메인화면에서 노출되는 상위권의 곡들만 차트의 수혜를 입어왔다. 하지만 실시간 차트가 누적 차트로 바뀌고 순위 등락이 없어지면, 본인이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음악 다양성이 증가할 것이다.

 

개편되는 차트는'셔플 재생'기능을 기본 방식으로 정한다. 차트의 하위권에 있는 곡들도 고르게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TOP 100 차트를 폐지함으로써 특정 상위권 음악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날씨나, 기분, 분위기 등 테마별로 다양한 차트를 랜덤 하게 노출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음악적 다양성이 증가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형성된 트렌드에 따라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장르나 테마별로 세부적인 트렌드를 발견해가면서 음악 청취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상위권 음악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소비자들은 차트로부터 다양한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소비자 권익이 실현될 수 있다.


멜론 홈페이지 공지시항






멜론의 실시간 차트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



실시간 차트의 폐지가 전체 차트 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본질적인 개선방안이 될 수 없다.

 

새롭게 개편되는 차트는 등락만 없앴을 뿐 차트의 형식은 유지가 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기존 차트 안에서 셔플 재생을 이용하여 곡을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가령 음원 플랫폼이나 외부 음원 유통자가 차트에 신곡을 넣어도 100위에 모든 곡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신곡의 유입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차트에 노출되는 곡들의 이유에 대해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실시간 차트가 폐지되더라도 최소한의 스트리밍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팬층이 많은 아티스트들에겐 쉬운 일이지만, 인디 아티스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여러 아이디를 해킹해서 스트리밍하는 공장형 사재기의 경우, 개편된 차트 안에 진입하기 위해 다시 부분적인 사재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멜론만의 음반 시장 트렌드를 알 수 없어진다. 

 

타 스트리밍사나, 방송, 인터넷 검색 등으로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지만 현재 음원 스트리밍 업계 1위인 멜론 차트에서는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트렌드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이용상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자칫 수익 감소와 이용자 탈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세부 정보를 확인을 통해 해당 음원이 어느 정도의 인기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멜론 실시간 차트 그래프 및 5분 단위 점유율 탭




토론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실시간 차트 폐지가 음원 차트의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실시간 차트 폐지를 통해 사재기를 완벽하게 방지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이뤄졌던 차트 왜곡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은 다소 미연에 방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트의 순위 등락 미표기로 인한 차트 진입의 필요성이 다소 약화되면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멜론 관계자는 차트 개편에 대해 "순위 없이 인기곡을 모아놓은 차트로 다양한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악과 트렌드를 발견해 이를 감상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며 "순위 등락 자체가 없어지면 이용자들이 실제 많이 이용하는 곡이 어떤 곡인지 알 수 있고, 감상 중심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이번 멜론 개편에 대해 "이론상 봤을 때 실제 많은 사람이 듣는 음악이 차트에 올라올 것이기 때문에 향후 사재기나 팬덤의 총공이 차트 반영에 어려워질 것 같다. 이로 인해 음악 시장의 판도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바이브(VIBE) 제공 ‘VPS 홍보자료’ 일부 인용

하지만 결론이 매듭지어지기 전에 선행되야할 것이 있다. 첫째, 새로운 집계 방식의 차트의 음원 노출과 관련하여 분명하고 공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둘째, 그 기준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타 스트리밍 서비스도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바이브의 VPS'가 그 예시이다. 새로운 기준으로 집계되는 바이브의 분배 방식처럼 멜론 역시 새로운 누적 차트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차트 집계의 기준이 제시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글_김서영, 서재영, 이민선, 이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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