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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 애널리스트 Jun 06. 2020

'윤종신'의 가사들

발행 10주년을 맞은 '월간 윤종신,' 우리에게 가장 우리스러운 이야기


윤종신 - 환생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됐어요.

우리 어머니가 젤 놀라요.

우선 아침 일찍 깨어나 그대가 권해주던 음악틀죠."


지난달 나의 부모님은 결혼 30주년이 되셨다. 얼마전 출근길에 아버지께 "결혼 30년쯤 됐으면 엄마를 다 알아야죠~"했더니, 아버지께서 "너희 엄마는 30년을 봐도 다르다. 50년쯤 봐야 좀 알 것 같네."라고 하셨다. 사실 아직도 우리 부모님은 닮은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은데, 20년 전보다는 10년 전에 더 닮았고, 10년 전보단 지금 더 많이 닮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닮아가는 과정, 그 부분이 또 다른 결혼으로써 '환생'이 아닐까?


하기 싫은 행동을 기꺼이 하게 만들고, 불편을 기쁘게 감수하고,

서로의 부족을 보듬어가며 살아온 30년의 인생.

매일 아침 아빠는 엄마를 위해 마사지를 해주고, 엄마는 아빠를 위해 새벽부터 밥을 해주고,

서로의 아픔을 본인보다 더 빨리 발견해 보듬고,

서로의 취향을 먼저 발견하며 온 30년의 인생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글_서재영



윤종신 - 팥빙수


"팥빙수 팥빙수 난 좋아 열라 좋아

팥빙수 팥빙수 여름엔 이게 왔다야

빙수야 팥빙수야 싸랑해 싸랑해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이 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단순하다.

1절과 2절 벌스에는 정직한 팥빙수 레시피를,

후렴에는 빙수야 싸랑해를 끝없이 외치는 것이

팥빙수를 향한 열렬한 세레나데라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사랑해가 아닌 '싸'랑해다...!

아무 메세지없어보이는 이 가사가 매우 잘 쓴 가사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 쉬운 구성때문이 아닐까.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데

특정한 것을 주제로 정해둔 작사(음식, 동네, 거리)를 자주하는 윤종신의 장점이 잘 녹여져있다.

빙수에게 녹지말라며 부탁하는 부분과,

여름엔 와따야, 열라 등 그 시대에서만 쓰였던 신조어에서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누구나 이 노래를 듣고 기분좋게 따라 부르며 여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게하는 그 힘이 이 노래엔 있다.


글_김수민



윤종신,곽진언,김필 - 지친하루


"잘한 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하지만 그럴 수 없어 하나뿐인 걸

지금까지 내 꿈은

오늘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


코로나19로 어려운 경기.

가고자 하는 기업에 열심히 준비하던 취준생도,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간 회사를 이직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도 너무 힘든 요즘이다. 어느 때보다 막막하고 미래가 너무 두렵지만 전체적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괜찮다고 토탁여주는 거 같다.


특히 "이 기분 때문에 모든 걸 되돌릴 수 없어"라는 가사는 항상 들을 때 마다 내 마음에 쿵 박힌다. 나를 다시 나아가게 만드는 이 위로가 잔인하게도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은 동기부여도 해주기 때문이다. 기분에 따라 이 가사가 다르게 와닿는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글_이민선



윤종신, 정인 - 오르막길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윤종신의 가사의 가장 큰 장점은, 단어 하나 하나에서 나오는 애절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애절함을 뻔한 형용사들로만 채우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공감이 가는 단어들로 표현한다.


이 노래의 가사도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을 함께하는 두 연인에게, 혹은 더 나아가

모든 힘든 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를 의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가사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고통일지라도, 남은 거리를 보는 것이 아닌,

평탄한 길에서 걷듯, 나만 바라봐준다면, 그 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표현했다.


어떤 위로의 말이 아닌, 그저 비유적으로 힘든길을 나아가는 두 사람을 표현했을 뿐인데도

가사적으로 공감이 가는 것만으로 왠지 위로가 되는 듯한 곡이다.


글_이재운



박정현 - 눈물이 주룩주룩


"한꺼번에 밀려든 그대라는 해일에

난 이리저리 떠내려가"   


윤종신의 노래에 가장 크게 연상되는 단어는 ‘찌질함’이다. 그의 많은 노래가 연인과 헤어진 후 그리움에 매달리는 처절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노래 역시 찌질함의 역사 한 편을 장식하는 노래이다.


연인과 헤어진 슬픔에 주륵주륵 흐른 눈물이 추억 사이사이 스며드는 밤..  꼭 애인과 헤어진 친구 중 한 명이 술자리에서 떠든 것 같은 대사랄까?  내 친구라면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리며 ‘정신차려!’라고 외치고 싶은만큼 가사에 빠져든다.


그의 노래에 감정 이입이 잘되는 것은 아마, 우리 모두 어느정도의 찌질함을 겪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흔히 헤어지고 난 후 엑스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후폭풍’이라고 언급하는데, 바로 이 가사에서 이야기하는 ‘해일’과 동일 선상인 것 같다. 해일이든 폭풍이든 예기치 못하게 덮쳐오는 것이니까.


글_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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