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제 Sep 16. 2022

[Synth Pop 작업기] Part 4

Track No. 4 - D.Ear.th

Part. 1


궁금했다. 

이 지구를 갉아먹으며 어떻게 인간이 이곳의 주인인 양 떳떳하게 굴 수 있는 건지.


항상 부채가 있었다.

지구가 단순히 자전과 공전을 하며 우주를 떠도는 돌덩이에 불과한 건지 혹은 생명의 원천지 같은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됐던 이 돌덩이 위에서 발생한 수만 가지 중 하나인 인간이 그보다 수없이 많을 세월을 보낸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의 공동체를 인간의 기준으로 와해시키고 파괴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 건가. 오롯이 인간만을 위한 이 혜택을 아무 죄책감 없이 누려온 날들에 대한 부채가 상당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아주 작고 사소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는 있을까.



현재는 음악을 하는 동시에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상당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로 인해 풀렸던 일회용품 규제가 다시 시작됐고 손님들도 다회용 컵으로 음료를 받는 것에 대해 금방 이질감이 없어졌다.


매장에서의 다회용 컵 사용은 환경에도 매장의 금전적 지출에도 +로 작용하지만 종종 손님이 들고 오는 텀블러를 볼 때 마음이 붕 뜬다. 과연 저 텀블러의 수명은 언제까지일까.

프릳츠의 박근하 대표가 본인의 유튜브에서 어떤 외국의 논문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개인 텀블러의 사용이 실제로 환경에 도움을 끼치려면 1000번 이상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저 텀블러들이 만들어지는 데 사용되는 자원이 실질적으로 지구에 더 안 좋지는 않을까, 그래도 모두가 꾸준한 사용을 한다면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보다는 낫겠지.


이 곡을 쓸 당시만 해도 소비자의 입장이었고 그때는 일회용품 사용을 덜하기 위해 (가능한..) 다회용 컵 또는 텀블러를 지참하고 다녔는데 이제 사업주가 되어보니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고민이 더 생겼다.

고민의 답은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한 일회용 제품 사용이었다.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프릳츠는 생분해 빨대를 사용 중이고 그런 움직임에 응원을 보내지만 운영 중인 매장에서 적용이 가능할지 고민을 해보았지만 생분해성 수지의 가격은 기존 제품들보다 최소 2-3배 이상을 상회하기에 사실상 불가했다.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언젠가 읽은 기사에 생분해 컵이 일반 재활용들과 함께 버려지면 그 제품이 포함된 전체 봉투 자체를 재활용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리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게 아니라도 재활용이라는 게 정말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환경을 위해 생분해 컵을 사용하는 게 맞는 것일까, 폐기에 혼란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기존에 비해 몇 배의 금전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일지 등등. 소규모 매장이 아니라 고민이 크기가 작진 않다.



D.Ear.th


Earth 

이 춥고 어둔 우주 속에서

우릴 따뜻하게 감싸주는 너

푸른빛의 아름다운 너

아름다웠던 너는


무분별한 개발과 끊임없는 벌목 속에

푸르른 너의 미소는

잿빛이 되고

마음을 쉬게 하려

고개를 돌려보아도 

눈앞을 채운 먼지가 

가시질 않아


I miss you

I miss you

어린 시절 보았던 별이 보고 싶어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는 나의 손에 들려진

플라스틱 컵 속엔 양심이 없네

공기를 맑게 하자, 지구도 숨 쉴틈을 달라

말하면서 차에 시동을 거네


무분별한 개발과 끊임없는 벌목 속에서

푸르른 너의 미소는

잿빛이 되고

마음을 쉬게 하려

고개를 돌려보아도 

눈앞을 채운 먼지가 

가시질 않아


I miss you

I miss you

어린 시절 보았던 별이 보고 싶어


miss you

I miss you

푸르렀던 우리로 되돌리고 싶어



요즘 지구가 많이 정신없어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로 난리도 아니고 이런 세상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언지 고민해보았다. 또한 현실적으로 브라질에선 가뭄으로 커피콩이 작살나고 있는 판국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이 무얼까.

사실 이것도 굉장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이고, 인류가 지속이 가능하려면 우리 대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커피가게 사장으로서는 어찌 됐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해야겠지만 적어도 예술가로서 노래를 통해서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

손에 들린 컵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지구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폭력적인 경고일 수도 있지만, 그래야 인류의 역사가 연장이 될 것이라고.



Part. 2


어릴 적 본 밤하늘에는 꽤나 많은 별이 수 놓였다. 방해꾼이라곤 비행기 불빛뿐이었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지금도 공기가 좋은 날엔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주위의 빛을 가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장악한 이후로는 목이 아픈 날이 줄어들었다. 이젠 친구들도 어릴 적 보던 밤하늘의 별을 기억 속에서 꺼네기보단 노래 가사로 인지를 한다.


이 노래에는 일종의 의지가 담겨있다.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덜 쓰고 집에서 적은 용량의 물병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기를 위해 차를 좀 덜 타겠다는 등의 보통의 사람이 보통의 수준에서 가능한 것들 말이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생각이 주였기에 녹음과 믹스 마스터 과정에는 특이점이 별로 없었다.


이러한 신념의 일환으로... 는 아니지만(...) 보컬을 제외한 모든 녹음을 집에서 진행했다.

재미난 점을 하나 꼽자면 200ml 생수병을 뚜둥기고 꾸기며 나오는 소리를 퍼커션으로 까는 소소한 퍼포먼스도 추가를 해보았다.


녹음은 전반적으로 차가운 우주의 공허함을 표현하고 싶어 핏기를 빼고 녹음을 했다. 특히 보컬 같은 경우엔 우주 속의 공허함을 연출하되(발성적으로) 최소한의 감정선만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 보컬 녹음 즈음 진짜로 인류는 내대에서 끝날수 있겠다 싶은 생각으로 체념과 간절의 어느 사이에서 불렀다.



많이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진심으로 내 바로 후대쯤에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상태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죽기 전 인류가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삶이 좀 불편하더라도 해볼 만한 살기 위한 노력이 무언가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Synth Pop 작업기] Part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