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4번출구에서 257미터
햇살이 좋아 밖으로 나갔다.
다음 주부터 겨울 추위가 온다는 말에 단풍이 질까 조급한 마음이 발걸음을 뜨게 했다.
혜화동 어느 카페의 후기가 내 마음마저 동요시켰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태 시인이 자주 드나들던 카페였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혜화역으로 환승하여 지하철을 탔다.
카페안은 차분했다.
흠 ,,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 어서 오세요. " 나즉하고 조용한 음성으로 사장님이 맞이한다. 마르고 큰 키에 남자 사장님은 친절했고 할 일만 했다.
아기자기한 곳곳의 장식들이 눈길을 끈다. 실내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예술가들의 흔적들이 배어있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층과 2층에는 비어있는 테이블이 많이 보였고 한 테이블에만 여자 손님 둘만이 시끄러울 정도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늑하고 조용한 엘빈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카페 안을 가득 채워가는 음악이 무색할 정도로 그 여자의 목소리가 까페 안의 적막을 깨고있다.
구석진 자리를 잡고 더치 아인슈페너을 시켜서 부드러운 생크림으로 첫 목을 적시고 따뜻한 드립커피로 속을 따뜻하게 달랜다.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여자의 목소리가 거슬려서 짜증이 난다.
카페 창 밖에는 아직도 단풍이 들지않은 반만 갈색으로 물이 든 플라타너스가 햇살 사이로 빛난다.
평화롭고 오후의 휴식처로 마음에 든다.
결국 글을 쓰게 만든다.
곳곳에 구석마다 작은 노란 조명과 스텐드가 있고 낮은 천장은 답답하지 않게 아늑하다. 가는데 마다 붐비는 프랜차이즈 까페에서 볼 수 없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까페. 엘빈을 좋아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사장님도 까페 분위기와 닮은 조용한 이미지에 맑아 보이는 인상이다. 키가 크고 마른 얼굴에 각이진 인상과는 다르게 친절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인상을 받았다.
책을 좋아할 거 같은 사장님한테 나의 수필집 한 권을 증정하고 나왔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이 물결을 이루는 혜화동 거리는 옛 학림다방에 대학생들이 몰렸던 그 때를 연상케 한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더 이상 편안할 수 있나.
늦가을의 향기를 호젓이 느끼고, 느낄 수 있었던 '엘빈커피'
다음에 올 때는 나의 수필집에 대한 사장님의 후기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