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용

25도

by 뮤즈 윤담

중 용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는 속담이 있다. 아무 말이나 하느니 굳이 말을 하지 않으면 괜한 실수나 손해를 줄일 수 있고 중용을 지킬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일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것이 무난함을 나타내는 교훈적인 의미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일이 또한 중간을 지키는 일이다. 중국의 사상가 공자의 중용사상도 이런 의미를 뜻하고 있다.

요즘 들어서 여름만 되면 냉방병으로 곤혹을 치루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카페나 식당, 교회. 영화관, 특히 지하철과 버스 안, 오나가나 찬 기운이 쌩하게 피붓속을 파고든다. 바깥기온이 20도 안팎의 가을공기가 서늘한 9월 하순인 요즘도 실내는 에어컨 바람으로 냉기가 겨울공기 같기만 하다. 실내온도가 18도~20도를 오르내리는 온도에 반팔 옷을 입고 견디기에는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한기를 느낀다. 이런 낮은 온도는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은 온도이다. 특히 나같이 추위에 약한 사람은 맥을 못 추게 만든다. 비단 나뿐이 아닐 텐데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요즘의 냉방 분위기는 심한 곳은 석빙고 같은 냉기가 몸을 얼어붙게 한다. 지하철 버스 안은 더하다. 지하철을 타면 천정위에서 내리 쐬는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머리가 시리고 몸이 추워온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더위를 타는 내 남편 조차도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고부터는 추워 죽겠다고 한다. 도로교통공사에 실내온도를 조절해달라는 민원을 넣어봤자 소용없고 개선이 안 되는 실정이다.

건강한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도에서 37도로, 체온이 37도만 넘어서면 미열로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하면서 38도를 넘어선 고열로 들어서면 몸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 하는 고통을 겪는다. 반대로 36도이하인 저체온증이 지속되면 사람은 자기 정상체온보다 낮은 온도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인간의 정상 체온이 36.5도 라고 할 때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외부의 가장 적합한 최적의 온도는 25도~28도 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봄 , 가을이 가장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인 이유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냉방의 실태는 어떠한가. 카페나 식당, 버스, 지하철 사무실 어디든 간에 에어컨 바람에 실내온도는 대부분이 20도에서 21도인 데가 많고, 더한 데는 18도 19도로 설정해 놓는 곳이 허다하다. 실내가 추우니 온도를 조절해달라고 하면 덥다는 사람들 때문에 에어컨 온도를 높일 수가 없다는 주인장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춥다는 사람들의 의견은 왜 존중되지 않는가? 공동체에서는 어느 특정한 한 개인의 편리성과 이익만이 중시되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편적인 타당성이 중시 되어야 하고 존중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게 합당한 일인지, 그런저런 아무런 개념 없이 마구 에어컨을 틀어대는 게 올바른 태도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여름철 실내 냉방 온도의 적정온도는 실내외 외부 온도 차이가 5~6도 이내일 때 냉방병, 여름 감기 등의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 또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한다. 반면,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벌어지면 외부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움이 있고 냉방병을 비롯한 면역력 저하, 각각의 질병들을 초래 할 수 있다. 요즘의 현실은 어떠한가. 밖의 기온이 30~34도를 넘나드는데 실내온도는 20도에서 20도 이하인 곳이 대부분일 때 그 온도차는 10도를 넘는다는 말이다. 실내 적정온도를 25도 26도로 맞춰놓을 때가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장 활동하기에 적합하고 쾌적한 최적의 온도임을 경험할 수 있다. 여름에는 반팔 옷을 입는 게 마땅하거늘, 반팔 옷을 입은 사람들한테 실내 냉방 온도를 19도 20도로 해놓고는 추우면 긴 팔 옷을 챙겨 다니라는 희얀한 말을 하는 게 요즘 실정이다. 아니 여름엔 반팔을 입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고도 춥거나 더운 사람들은 그들 개인의 몸 상태로 보고 각자 추위와 더위에 대비하면 될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덥다고 에어컨 더 세게 틀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집에서도 기름 아끼지 않고 19도 20도로 틀어대는 지.

필자는 뼈에 바람이 들었다는 한방에서 진단 내린 냉증, 골풍으로 시달리고 있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외출 시 실내에서의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십여 년 전 8월 한 여름, 필자가 강남성모병원에 진료 차 간 일이 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세 시간을 병원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30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여서 민소매 원피스에 팔꿈치 아래까지 내려오는 7부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던 필자는, 그 때 성모병원에서 냉증을 얻어왔다. 당시 성모병원의 실내온도를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이 느끼기에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냉기를 느낄 정도였다면 아마도 20도 이하가 아니었을까. 세 시간 병원에 있는 동안 거의 몸은 동태처럼 얼어붙었고 그 상태로 겨우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시일이 지날수록 내 몸은 추위와 냉기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병원에서 감기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자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피부에 바람이 들었다는 냉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작은 외부 온도차에도 추위를 느끼고 옷을 두껍게 껴입어도 냉기가 가시지 않는, 남 보기에는 멀쩡히 보이는 병이다. 아직 뼈에 바람이 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한의원 원장의 말이었다. 7개월 동안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하며 치료가 되어 냉증을 잊고 있던 차에 우리교회에 새 성전이 건립되고 교회 실내온도가 19도 20도로 설정이 된 가운데 교회만 가면 추운 탓에 다시 냉증이 도지다 못해 이제는 뼈까지 바람이 들어 골풍이라는 괴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골풍 이라는 질병은 실내가 냉하고 차거나 찬바람이 피부에 스치기라도 하면 체온조절이 안 되어 금방 몸이 시리고 추워오고 통증이 유발되어 멀쩡했던 몸이 순식간에 떨리고 몸이 아파오는 질병이다. 주변사람들은 나의 이런 고통을 알 리 없으니 20도안팎의 낮은 온도 속에서 강한 에어컨 바람에 추워서 떠는 나를 이해할 리 만무하다.


공자의 중용사상은 ‘가운데 中’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고 지나치는 일이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중용, 중도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요구되는 세상이 된 거 같다. 중용을 지키는 게 쉬운 일이라면 공자가 중용의 도를 말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냉방을 줄이고 최적의 온도를 유지 한다면, 에너지자원에도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이 내거가 아니라도 아끼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중도의 예의를 지켜준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름철 실내 온도가 25도로 잘 지켜진다면 반팔 옷을 입고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에너지 절약, 서로를 배려하는 중용의 미덕과 더불어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나라, 아름다움 향기로 가득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럴 때 필자처럼 여름이면 냉방병, 냉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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