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장 빠르게 해소하는 방법이 글을 쓰는 것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던 듯하다.
마음의 상처나 고민이 쳇바퀴를 돌면서 나를 할퀼 때, 덜 상처 받기 위해서, 오래 끌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나의 상황과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반성하여 꾸짖고 포기하고 체념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글은 부드럽기보다는 가르치는 듯한 투로 늘 써졌다. 고백하자면 대부분 내 자신에게 던지는 꾸짖음이고 반성이자 다짐이었다. 내 이런 끄적임과 맥을 같이하는 <페르마타>는 공유된 글 대부분이 딱딱한 느낌이지만 읽는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걸 보면서, '나 혼자 고민스럽고 힘든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음악을 하고 살아왔고, 연주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구로 분야를 바꾸었다. 연주라는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나름의 납득되는 이유가 필요했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연구로 이어진 듯하다. 그래서 지금은 거창하게 연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그냥 개인적으로는 지식 동굴 탐험가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다. 뭘 좀 알고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암흑과 마찬가지인 듯싶고, 연구도 탐험처럼 흥미가 있고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
이후 음악을 공부하며 책상 앞에서 시작된 지식이 허공에 뜨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여행으로 이어졌다. 여행만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만큼 체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최소한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또 느껴보는 것이 답답함의 해소를 위해 나에게 필요했다. 그리고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음악사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작은 마음이 글을 쓰는데 큰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새로운 걸 배우는 일만큼이나 배운 것을 나누는 것이 세상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된 것이 <도시.樂 투어>다. 여행하듯 생생하게 음악사를 건드려 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 감성에 충실한 자유로운 여행기라기보다는 살짝 무겁고 전문적일 수 있는 음악 얘기가 '도시 여행'이라는 그릇에 담기게 되었다.
음악사의 발전과 함께 라틴어를 비롯한 각종 언어로 된 전문 용어들, 이름조차 생소하고 어려운 음악가, 음악 이론 등이 필수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생활하는데 뭐가 크게 중요하겠냐만은, 기호(taste)와 즐김(enjoyment)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한다.
글을 쓰고 살아야 하는 직업을 택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자랑할만한 필력은 못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되고 이해되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길 조심스레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