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카페

2016년 12월 19일에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by 이현웅

4년 전 오늘인 2016년 12월 19일, 산고(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지 못하는 고통) 끝에 음악감상카페 <음악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출산의 경험이 없는 것처럼 장사를 해본 적이 없는 주인 탓에 카페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저 낳아놓기만 하면 알아서 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만든 카페이니 많은 이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라는 차마 꿈도 야무졌던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희망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절망으로 바뀌었다(아무튼 턱없는 자만심 하나는 기네스북 감이다).


돌아보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허둥지둥했다. 처음 가졌던 소신도 철학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명의 손님이 더 올 수 있는 일이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다. 언젠가 쓴 <카페 이야기>에도 밝힌 바 있듯이 그때의 나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장사꾼이 되어 비참한 영혼의 전락을 경험했었다(그렇다 해서 장사가 잘됐냐? 그것도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서툴렀던 아빠처럼, 나는 카페를 돌보고 키우는 것에 부족한 주인이었다. 굴곡의 세월을 보내오면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 세 번쯤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음악감상카페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다섯 살(한국 나이)이 되었다.


<음악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서류상으로는 한 사람 명의로 되어 있다 해도 직원들의 수고와 손님들의 사랑을 받으며 면역력 강한 다섯 살을 맞이했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쏟아 주고 도움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손님이 없었던 1년 차와, 대기업의 철수에 따른 불경기에도 환경이나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주인인 나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차마 비장하기까지 한 끈기로 버텨왔다. 하지만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나 있었다. 전염병으로 인한 타격, 코로나-19 사태는 진정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 년 중 가장 장사가 잘 되는 12월에, 카페 역사상 5일 동안 단 한 명의 손님도 없는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지금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옥죄어 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저녁 여섯 시 반에 카페 문을 열어도 대부분 2차 술 손님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8시 이후에나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9시에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서 그 어떤 생각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 생각해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무슨 번뜩이는 생각이 없을까 머리를 쓰다듬어 올리다 보니 머리카락만 자꾸 빠지고 별 뾰족한 수가 없을까 턱을 만지며 고민하니 얼굴형만 길어진다.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다. 피로하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도 TV나 실컷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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