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합시다 _ 열 번째 이야기
“뭐 먹으러 갈까요?”
“아무 데나요.”
“국밥 맛있는 데 갈까요?”
“좋아요.”
점심을 먹기 위해 나누는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날도 끄무레하여 국밥이 당기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시내를 벗어나 변두리에 있는 식당을 향해 가며 모처럼 밥 먹는 기대를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더불어 연말연시 5인 이상 집합 금지 권고에 마음마저 얼어붙은 날인데도 식당에는 제법 손님이 있었다. 맛 집인 까닭이라고 생각했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한 직후에 식당 주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크 써요! 마스크 쓰시라고요! 밥 먹기 전에 마스크 벗지 마요!”
마스크를 벗으려던 일행 중 한 사람을 보며 한 말이었다. 동료는 당황해서 턱으로 내렸던 마스크를 얼른 올려 썼다. 마스크를 벗으려고 하던 직전에 나도 얼른 손을 내렸다. 불쾌감이 들었다. 시행 명령을 준수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나 그렇게 질책하듯 말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어서였다.
기분 나쁜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용자 명부와 펜을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휙 하니 던져놓고 가는 것이었다. 웹툰에나 나올법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뭐 이리 불친절해?”라고 혼잣말을 해버렸다.
“아무리 맛 집이라고 해도 이런 데는 오기 싫더라.”
나는 투덜거렸다. 방문 기록을 마친 동료가 명부와 펜을 다른 테이블에 휙 하니 던져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으로 매듭짓자 마음먹었다. 대신 다시는 오지 않기로 결의를 다지면서 말이다.
그랬던 내게 시험이 닥쳐왔다. 국밥이 정말 맛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살코기만 있어 질기고 이 사이에 끼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 입맛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어라? 이러면 안 되는데...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맛있어버리면 또 오고 싶잖아.’
내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또 있었다. 반찬 추가는 ‘자동 셀프’, 여름 메뉴는 ‘해외 공연 중’이라는 표현의 익살스러운 메뉴판 문구만큼이나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에는 의아할 만큼 친절함이 묻어 있었다. 혹시 그 옛날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배신의 첫사랑 남자가 우리 중 한 사람의 얼굴과 닮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만 불친절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유심히 관찰한 결과 마스크 착용, 이용자 명부와 같이 코로나-19와 관련된 부면에서만 딱딱하고 날카로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더욱이 5인 이상 집합 금지 권고에 더 힘들게 된 것이리라. 본래는 친절하고 쾌활한 분이었는데 그놈의 코로나-19만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다(맹세코 맛있는 국밥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는 그렇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갔고 사람에 대한 불신을 심어놓았다. 많은 사람의 삶을 흩뜨려 놓았고 회생 불가능한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며,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버텨온 날들에서의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아 놓았다. 얼마나 힘이 들면 몸에 붙은 친절한 성정마저 날카롭게 바뀔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내게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소상공인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던 그의 제안이 특별하게 와 닿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