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겠다, 카페

<카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1-3. 나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by 이현웅

그 카페를 다녀온 후, 카페를 차리겠다는 결의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카페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 카페 주인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동행했던 후배는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말했다.


"그분은 카페를 할 타입이 아니더만요. 형은 잘하실 거예요. 딱 카페 주인 스타일이잖아요."


부끄럽지만 나는 그 말을 아부로 여기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카페를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철학은 좀 더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카페 하지 마세요


본격적인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음악카페', 'LP카페'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600개가 넘게 올라왔다. 그중 블로그나 여타 플랫폼을 통해 카페의 성격과 분위기 등의 특징을 정리하여 180곳을 추려냈다. 그중에서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은 곳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카페 주인들이 경계의 날을 세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불쑥 전화해서 이것저것을 물으니 마뜩지 않은 것이 당연했으리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는 것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었다. 먼 거리를 직접 가기에는 어려웠으므로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어떤 곳은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 사람도 몇 있었다. 묻지 않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게 해 준 말들 중에 의아할 만큼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왜 힘든 일을 시작하려 하느냐며 강하게 만류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내게 선배 된 입장에서 나타내는 염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심각하게 느꼈다.


마침내 그토록 강하게 만류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 대부분은 카페 사업에 실패했거나 혹독한 시련 중에서 분투 중이었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처지와 속내를 보여주었다.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낯선 내게 털어놓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었는데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결국 폐업을 앞둔 사람이 있었다. 꽤 큰 도시의 방송국 DJ 출신의 이력을 앞세워 운영하는 곳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부려 카페를 차렸는데 몇 년 동안 빚만 진 채 자책감으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카페 주인도 있었다.



나는 망하지 않는다


두 달여에 걸친 시장 조사를 끝냈을 때 나는 몹시 피로했다. 시작조차 하지 않은 카페를 마치 오랫동안 운영이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시장조사 내내 함께 한 후배는 더 지쳐 있는 듯 보였다.


"접읍시다."


그는 단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시장 조사 과정과 결과를 들은 지인들은 나를 만류하거나 염려가 담긴 조언을 해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잘할 것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던 그들이었다. 눈치챘겠지만 그들이 보내준 것은 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음악감상카페는 괜찮은 아이템으로 여겨졌고 그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의 작용이었을 것이다.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그 해 여름 한복판에서 결정을 내렸다.


"해야겠다, 카페."


내 말에 후배의 동공이 커졌다.


"엥? 정말요? 잘 되는 데가 거의 없다면서요."

"그래서 해야겠다."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 결심은 무모했다. 그들은 망했지만 나는 성공할 것이라고 거만을 떨었다. 성공의 과정과 노하우를 책으로 엮고 싶었다. 카페를 차리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코칭을 하는 일까지 꿈꾸었다. 내 성공한 카페가 롤모델이 되게 하고 싶었다. 턱없는 오만이었다.


나는 그들이 실패한 이유를 운영자에게서 찾았다. 현상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카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그런 야망을 품었으니 얼마나 어쭙잖은 일인가. 짐작했겠지만 나는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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