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1-02. 창업에 대한 철학
다른 일도 그렇지만 카페를 차리겠다는 생각에 꽂히면 단념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그랬다. 일단 카페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그쪽으로의 열망은 급속도로 커져갔다.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견해에는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견해조차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들었다. 기어이 카페를 차리기 위한 당위성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내 주변에는 내 카페 사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남았다.
카페를 차리기로 마음먹은 2016년 봄이었다. 서울로 종종 출장을 다니던 후배가 괜찮은 음악 카페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는 제안을 했다. 기회가 되면 음악감상카페를 차리고 싶어 하던 내 바람을 익히 아는 후배였다.
슬픈 카페
서울의 거리 어느 허름한 건물 2층에 카페가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과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 음반이 압도해왔다. 족히 몇 만장은 되어 보였다. 모자를 눌러쓴 카페 주인은 60대 중반의 남자였다.
그날의 방문 목적은 카페 주인과 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카페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경영자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과의 대화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분주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의 굳은 표정 때문에 쉬이 말을 붙이지 못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주인의 모습을 보면서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카페 운영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단지 주문을 하던 때 주고받은 몇 마디가 전부였다.
카페 주인과 대화가 이루어진 것은 다음 날 귀향까지 미루고 다시 찾아가서였다. 음악카페여서인지 맥주도 팔았다. 따르거니 받거니 몇 순배의 술이 돌면서 대화도 술술 이어졌다.
"카페는 하실만한가요?"
"아뇨. 쉽지 않아요."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자연히 카페를 차리고 싶은 내 생각도 말하게 되었다. 술기운 탓인지 카페 주인은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우리 부부는 동갑내기였는데 둘 다 음악 듣는 걸 좋아했어요. 저는 음악다방에서 DJ를 했었고요. 나이 60이 되면 음악 카페를 차리자고 했죠. 실제로 딱 60 되던 해에 이 카페를 차렸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적이 놀라기도 하고 묘한 동지애도 느꼈다. 놀라울 만큼 필자와 공통점이 많아서였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죠. 좋아하는 음악 매일 들으면서 일하니까 좋겠다면서."
세상 일 중에 많은 것이 그렇듯 카페 경영은 만만치 않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모아 놓은 돈을 거의 쏟아붓고서야 개업을 할 수 있었다. 특별한 테마 카페이니만큼 마니아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기대가 실망과 두려움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님이 없었다. 가끔씩 찾아주는 지인들과 지나가다 들른 뜨내기손님으로는 카페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여러 광고 방법을 동원했지만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개업 일 년쯤 되었을 때 두 사람은 몹시 지쳐 있었다. 카페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대출을 받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날이 이어졌다.
그저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만족할 두 사람이었지만 그마저 녹록지 않았다. 2년 동안 열심히 홍보하면 그때부터는 손님이 손님을 데리고 와 저절로 굴러가는 구조가 된다던 어느 마케터의 책 내용과 현실은 달랐다.
두 사람은 지쳤다. 많지 않은 단골들마저 하나둘씩 발길을 끊었다. 손님 수가 줄어들면서 두 사람은 의기소침했고 어쩌다 온 손님들도 썰렁한 분위기 때문에 도로 나가기 일쑤였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몸이 허약하던 아내는 건강이 나빠졌고 우울증이 왔다. 직원을 채용할 여유가 없어 카페 주인 혼자 운영하게 되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혼자 하다 보니 서비스의 질과 양은 떨어지고 피로에 지친 주인의 모습은 카페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었다. 막막한 미래가 두렵지만 그보다는 카페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급선무가 되어버렸다.
"카페를 내놓은 지 꽤 됐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안 되네요."
독한 칵테일을 마시며 말하는 카페 주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카페의 처지를 묘사라도 하듯 <The Sad Caf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글스(Eagles) 밴드가 아닌 제이 디 사우더(J. D. Souther)의 목소리가 더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노랫말처럼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나는 침묵했다.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침묵을 깨뜨린 것은 카페 주인이었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기습과도 같은 질문에 당혹해하는데 그가 또 물었다.
"음악 좋아하시죠?"
"아, 네.... 뭐, 조금..."
"좋아하는 것과 경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더군요.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커피 좋아하고 커피에 대해 잘 안다는 이유로 카페 차렸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죠. 인테리어를 예쁘게 하고 커피 맛이 좋고 서비스를 잘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아니라 내가 왜 카페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제게는 없었어요. 분명한 모토가 없는 사업은 즐겁게 일하지도 못하고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카페를 그만둘 때 알게 됐네요."
그날의 대화중에 가장 잘 기억해야 했던 말은 마지막 말이어야 했다. 카페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보다는 실패한 이유를 다른 데서 찾느라 애썼다. 특별할 것 없는 인테리어, 서비스의 부족, 잘못된 마케팅 등을 실패의 요인으로 단정 지었다.
카페를 차리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그 말이 왜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나는 카페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이 물음에는 카페 창업에 꼭 필요하고도 중요한 것들이 담겨있다. 그 질문에 답이 명확할 때 그에 따른 인테리어, 메뉴, 가격,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이 확고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진지한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던 나는 카페를 차리지 말았어야 했다. 적어도 그 물음에 명확한 답을 하기 전까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누군가는 여전히 카페 차릴 꿈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그래서 독특한 인테리어와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커피 마니아들을 단골로 만들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독자에게 묻고 싶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