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

by 이현웅

카페 오픈 10개월.

가을이 왔지만 손님은 여전히 없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공치는 날 역시 가끔 있었고 매상은 하루 평균 10만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는 것이 힘들었다. 깡으로 악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 카페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단골손님들은 일종의 공동 의무감을 지니기라도 한 듯 지속적으로 찾아주었다. 그분들은 카페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 카페는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사장님, 장사 처음이죠?”


하루는 단골손님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사장님은 돈 벌려고 하시는 거 아니죠?”

“아뇨. 돈 벌려고 하는데요?”


나는 지체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이었으니까.


“이렇게 해서 돈 벌겠어요?”


질문을 가장한 타박이 날아왔다.


카페를 시작한 지 열 달이 지났지만 사실 나는 장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장사에 대한 소질도, 감각도 없는 게 분명했다. 손님들은 장사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을 잘 지키라는 충고는 따끔했다. 손님이 너무 없다 보니 문을 여는 시간도 정확하지 않았고 밤 열한 시가 넘으면 더는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찍 문을 닫는 일이 종종 있었다. 열두 시가 안 돼 문을 닫다 보니 어쩌다 카페를 찾은 손님은 영업 마치는 시간이 열한 시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 시간은 머물러야 하는데 열한 시에 문을 닫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열시만 넘어도 오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박할 수 없는 논리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반성을 했다. 그 후로는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열두 시는 넘겨서 문을 닫았다.


손님을 기다리면서도 실제로 간절함을 얼마나 나타냈는지에 의문을 품는 손님이 많았다. 오픈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출입문에 매달려있는 푯말은 클로징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떤 손님들은 오늘 영업 안 하느냐고 질문하기까지 했다. 카페의 오픈 푯말은 손님들이 돌려놓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럴 때면 꼭 나무라듯 말하는 손님이 있다.


“장사를 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


“퍼주는 게 좋”다는 말은 어디에서 주워 들었는지 직원들에게 공짜로 나가는 기본 안주를 많이 자주 내놓으라고 교육하곤 했다. 그것에 관해서도 질책을 받았다. 술이 많이 남아있는데 안주를 너무 많이 주면 어쩌자는 거냐고. 술이 떨어질 때쯤 안주를 줘야 술을 더 시킬 것 아니냐며 내게는 그저 신세계 같은 노하우(라고 까지 할 것은 없지만 장사의 이치)를 알려주었다.


한 번은 손님의 실수로 맥주 한 병이 쏟아져버려 다시 맥주를 주문했는데 서비스로 갖다 줬다.


“아따, 사장님. 이런 때는 두 병을 줌서 한 병 서비스라고 혀야쥬. 증말 장사를 헐 줄 모르는 고만유.”


왜 그런지 몰랐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 계산해보니 손님이 말한 방법이 좀 더 이문이 남는 장사임을 알았다. 그 외에도 손님들이 알려준 장사의 노하우는 더 있었다. 손님 대하는 방법부터 술잔, 메뉴 선정, 가격을 정하는 일까지 다양했다. 가격에 관한 조언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쪽은 술값을 싸게 해야 한다는 거였고 다른 한쪽은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비싸면 사람들이 안 와요. 군산에서는 비싸면 안 먹혀요.”

“군산 사람들을 무시하는 거여요? 올 사람은 비싸도 다 옵니다.”


가격으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일은 지인뿐만 아니라 손님들 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나는 비싼 쪽을 선택했다. 그 후, 나는 손님들로부터 잦은 충고를 들었다. 손님이 없는 이유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그런 충고를 하는 손님들의 공통된 서론은 “이런 데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죠. 이런 곳이 오래오래 있어줘야 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식이었다. 다른 카페에는 없는 디제이가 있고 신청곡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은 하면서도 가격은 다른 곳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참 이상했다.


한 번은 불편한 점이 없는지, 더 필요한 점은 없는지를 묻기 위해 손님 테이블에 갔는데 내 질문에 “불편한 거 많습니다. 왜 이렇게 술값이 비싼 거요?” 하고 따지듯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 특유의 서론에 이어 술값이 싸야 하는 이유에 관해 연설에 가까운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장사를 할 줄을 모른다는 훈계는 25분 동안이나 계속됐다. 같이 온 동료가 간섭하면서 두 사람의 말다툼으로 번진 틈을 타 나는 얼른 도망쳤다.


우리 카페에는 국산 맥주가 없다. 무엇보다 가격 선정이 어려웠고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거나 많이 마시는 까닭에 음악감상카페 분위기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였다.


네 명의 손님이 카페에 왔을 때였다. 메뉴판을 보던 손님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료들에게 그냥 나가자며 출입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대한민국 사람이 왜 국산 맥주를 안파는 거야?”


기왕 왔으니 가볍게 한 잔씩만 하고 가자는 동료들의 제안도 뿌리치고 기어이 카페를 떠나갔다. 나는 순식간에 애국심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나중에 슬그머니 분석을 해봤는데 ‘혹시 그 손님이 술값을 낼 차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떤 테이블에서는 술값이 너무 많이 나오면 누가 낼지는 모르지만 그 손님의 경제가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깎아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르바이트 직원이 나무라듯 말했다. “사장님, 모임 회비로 낸 거잖아요. 그런 건 안 깎아줘도 돼요.” “아......” 아르바이트 직원한테서까지 장사 못한다는 타박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한 번은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와 나를 찾았다. 20명쯤 되는데 맥주를 파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맥주는 팔고 있지만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유를 물었고 나는 단체 손님은 시끄러울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손님도 없는데 뭐 그러느냐며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50만 원 값을 먹고 갈 건데 그래도 안 되겠냐고 다시 물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손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단골손님이 혀를 차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오늘 손님도 없을 것 같고만 받지 그랬어요.”

“선생님이 손님이시잖아요.”

“에이, 난 괜찮아요. 손님 많으면 저도 기분 좋거든요.”


그날, 손님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50만원이 돌아다녀 두통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