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오픈 9개월.
무더운 여름이 물러가고 있었다. 건물 외벽에 스피커를 설치한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카페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하나는 입간판 위에, 또 하나는 1층 식당 쪽에 설치했다. 음악소리는 제법 커서 카페가 있는 블럭 사거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처음 몇 달간은 그 효과를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실망감을 느끼는 일이 더 많았다. 이를테면, 밖에서 음악소리를 듣고 올라왔는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오해했거나 비싼 메뉴 때문에 도로 나가는 손님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밖으로 나가는 음악 때문에 재밌는 일도 종종 생겼다. 한 번은 카페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지금 나오는 노래 제목이 뭐죠?”라고 물었다. 카페 맞은편에 있는 고깃집 바깥 테이블에서 고기를 먹다가 전화를 한 것이다.
실제로 건너편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맞은편 술집에서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카페 앞을 지나가다 들려오는 음악에 끌려서 올라왔다며 카페에 온 손님들도 있었다. 멘트 목소리에 이끌려 카페에 왔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초저녁에는 볼륨을 크게 하고 밤이 깊어질수록 소리를 낮췄는데, 어떤 날은 소음 발생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인들은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는 인근 술집에서 민원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시청에서 공무원이 나와 경고조치를 하고 돌아갔다.
하루는 남자 손님 한 명이 처음으로 카페에 왔는데 바깥 스피커에서 매일 들리던 음악이 들리지 않아 궁금해 들어왔다는 것이다. 바깥 스피커를 켜지 않았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매일 카페 앞으로 퇴근을 하며 음악을 들었지만 카페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그가 음악이 들리지 않아서 카페에 왔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가끔은 일부러 켜지 않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임선경 씨가 방송을 하면서 그런 일은 더 많아졌다. 그녀가 멘트를 하면 라디오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카페에서 자체로 하는 라이브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서로 우기다가 내기를 해 확인 차 카페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손님은 동료들과 2차로 마실 술집을 찾다가 밖에서 방송을 듣게 되어 카페에 오려고 했지만 일행의 반대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그들과 헤어졌다. 차마 혼자는 올 용기가 나지 않아 20분이나 넘게 맹렬한 추위에 떨며 스피커 아래에서 방송을 듣다 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9월이 왔다. 여전히 한낮엔 여름의 기운이 강했지만 새벽에 퇴근할 때의 기온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그날도 카페에는 손님이 없었다. 포스 기록으로는 두 테이블뿐이었다. 심신이 지쳐 한 시까지 채우지 못하고 열두 시를 넘기자마자 퇴근을 서둘렀다. 문단속을 하고 1층 출입구 내려가 인도에 세워둔 에어간판을 정리하는데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이야기 사장님이세요?”
뒤를 돌아다보니 1층 식당 테라스에 있는 파라솔 테이블에 두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다시 내게 물었다.
“한 시까지 아니에요? 일찍 끝내셨네요?”
“아.... 오늘 피곤해서 좀 일찍 들어가 쉬려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이 건네는 말이 그냥 하는 인사말 정도로 생각했다.
“아, 아쉽네요. 사실은 집에 들어가다가 여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요,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네요. 편의점 맥주 사 와서 두 시간째 음악 듣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테이블 위에 있는 캔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카페에 오셔서 드시지 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얼른 도로 집어넣었다.
“모기 엄청 물렸네요. 이렇게 모기 물리면서까지 들었다는 건 그만큼 음악이 좋았다는 거죠. 이런 곳이 있어서 정말 좋네요. 잘 들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마치 카페를 찾은 손님에게 인사하듯 그들을 배웅했다. 고객이 돌아갈 때 행복하게 하라는 어느 성공한 술집 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거창한 철학까지는 아니어도 왜 음악이야기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다.
이익을 위한 사업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꼭 그것을 위해서가 아니어도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