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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탐 Jul 14. 2023

노비츠키(NOWITZKI)는 그냥 느끼면 돼



 얼마 전 발매한 빈지노 정규 2집 [NOWITZKI]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특히 대중들은 더욱 그렇고. 대중들이 기억하는 빈지노는 [24:26] 시절의 빈지노이기 때문일 것이다. [24:26]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너무 난해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스타일은 또 왜 이렇게 변한 건지도 모르겠고.



이번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에요. 2017년부터 2022년 까지의 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 인생 찰나의 순간들을 표현했어요. 그래서 원래는 앨범 제목도 [STEFANIE]로 지으려고 했어요.
 - 힙합엘이, 2023


 힙합엘이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빈지노의 말대로 이번 앨범이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라 그렇다. 원래는 앨범명도 와이프 이름인 [STEFANIE]로 지으려고 했을정도라니.

 대중들이 원하는 앨범 아트웤을 만들 줄 알면서 스테파니 사진을 고른 이유도, 대중들이 원하는 노래를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은 이유도, 전부 이 때문이다.

 그래서 노비츠키를 제대로 즐기려면 빈지노의 서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만 담아놓은 앨범인데, '빈지노'라는 사람에 대해서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




 시작은 20대의 청춘을 그려놓은 앨범 [Lifes Like], 그리고 [24:26]다. [Lifes Like]를 발매했을 당시 나이가 24살, [24:26]때가 26살이다.


제 나이 대에 겪는 일들, 주변 것들을 얘기하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과장 안하고 은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힙합엘이, 2012


 남들과 비슷한 20대 초반을 보냈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었다.


 하지만 [24:26]를 기점으로 빈지노는 떡상하고,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더이상 20대의 그 풋풋함은 느끼기 어려워졌고, 일반적인 삶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11:11] 이후 확실하게 어나더 레벨에 들어선 빈지노였지만, 많은 리스너들은 말한다. 'Lifes Like 때로 돌아와 달라', '24:26 때로 돌아와 달라'고. 하지만 빈지노 입장에서 이런 의견들은 자신을 구속하는 말들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 상태에요. 그리고 내가 예전의 그 느낌을 지금 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있으니까,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죠. 물론, 그런 팬들의 반응이 ‘틀렸다’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도 당연히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으니까, 충분히 이해하죠.
 -힙합엘이, 2019


예전엔 공감대를 중요시 했다. '이건 공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게 티가 나야 하는 시대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난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팬들이 알아 줬으면 한다
 - 노컷뉴스 : 힙합릴레이, 2017


 [Lifes Like], [24:26] 때의 빈지노는 남들과 비슷한 삶을 보내온 20대 초중반의 청년이었다. 하지만 [24:26], [11:11]을 거치면서 스타가 됐고, 일반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사실 빈지노는 항상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것에 대한 가사를 써왔다. 단지 그가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았었기에 [Lifes Like]와 [24:26]는 공감이 갔었던 거고, [24:26] 이후의 노래는 공감이 가지 않을 뿐이다.


저는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로서, 저를 구속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30대가 되면 뭐랄까 주변에서 저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져요. 
 - 셀레브, 2016


 어쨌든 빈지노의 이런 불만은 서른 살이 되면서 정점을 찍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리스너들은 계속 '형 옛날로 돌아와줘' 이러고 있고, 또 미필이라 군대도 가야하고.




바로 이 시점에서 첫 정규 앨범 [12]가 발매된다. 앨범 수록곡인 <Break>를 들어보면 알 것이다. 빈지노가 얼마나 빡이 쳤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났는지말이다.




1년 뒤인 2017년. [Waves Like]를 발매함과 동시에 입대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가사에 대놓고 '래퍼라는 틀에서 벗어나겠다'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내 resume는 그냥 래퍼에 국한되기엔 조금 아쉽네 - Up Up And Away



빈지노는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증명은 필요 없어요. 아니 뭘 또 증명해? 진짜 x나 피곤해요. 왜 증명을 해야 하나 싶어요. 제 음악을 사고 싶으면 사는 거고, 사기 싫으면 안 사면 되는 거예요. 그 와중에도 저를 서포트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 보잘것없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나를 좋아해달라고 구걸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렇게 구걸하는 순간 불행해지더라고요.
 - 힙합엘이, 2019


 이전까지는 외부, 그러니까 리스너들의 의견을 많이 신경 썼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에 신경 따위 쓰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동시에 자신은 더 이상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대중성에서 멀어질 거라는 걸 암시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2019년에 전역한 이후로, 빈지노는 꾸준히 '대중성? 안 챙겨',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임', '이해 못 해도 상관없어'라고 말해온 것.

 그리고 이런 태도는 노비츠키 발매 약 한달 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겐 내 영역이 있다’. 남에 대해 따지는 건 이제 제 세계에서 더 이상 화두가 아니고, 그냥 제 스타일이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어요. 진짜 나를 찾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과거에는 누가 더 잘났나, 친구는 별로다, 이런 거에 신경을 좀 썼어요. 빈지노의 음악이 별로라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비상사태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그만큼 나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하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해요. 

나다운 걸 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적어도 유행하는 걸 찾아 반영하고 더 젊어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할 법한 이야길 듣고 싶지 않나요? 나는 나의 단어와 말투로, 내가 할 법한 말을 해요. 내가 나로서 음악을 하는 거예요. 그 사실이 첫 번째지, 사운드니 장르니 뭐니 하는 건 그에 비하면 상관 없는 문제죠.
 - W Korea, 2023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발매된게 바로 [NOWITZKI]다.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사실 '메시지'라고 부를만한 게 없다. 그냥 좀 노곤해지는? 얼터너티브한 바이브만 있을 뿐. 앞서 계속 말했듯이, 이번 앨범은 애초에 '외부'에 해당하는 리스너를 고려하고 만든 앨범이 아니다. 단지 빈지노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에 몰두했을 뿐. 그리고 빈지노가 표현하려고 했던 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인생 찰나의 '순간'이었다.


 우리가 후덥지근한 저녁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알고리즘에 뜬 노래에 취해서 '캬 ~ 뒤진다'라고 느낌을 받았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거기에 뭐 메시지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빈지노는 5년이라는 시간의 찰나를 보여준 것뿐이고, 우리는 그저 그 찰나의 느낌을 즐기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빈지노의 5년이라는 시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서사를 이해하고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20대의 청춘과도 같았던 [Lifes Like], [24:26]를 거쳐 이번 노비츠키까지 챙겨들은 리스너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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