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 비추어
남성성과 여성성은 과연 무엇인가. 오로지 양 극단에 위치하여 하나만을 선택하거나 그것을 추구해야 하는 무엇인가? 이것은 나의 인생에 큰 이슈중 하나였다. 아마 나 뿐만은 아니었을것이다. 내가 나의 고유한 성격이나 특질을 지닌것은 어찌하여 지적받고 고쳐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와야 했던것인가? 사냥하며 포효하는 이른바 동물들과 같은 모습이 남성의 참된 모습이며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야만 ‘정상’이라는 인증마크를 달아줄 것인가? 남성의 남성성에 대한 요구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그것보다 한층 엄격하다. 일례로, 여성들은 너무 일상적으로 남성복을 입고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으나 남성이 여성복을 입을 경우에는 대단히 큰 비난을 받거나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위한 경우밖에는 없다. (전문적 패션계의 행사를 제하고는.-최근에는 여성들의 패션영역까지 남성패션이 많이 넓어져가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내가 여성복을 입고싶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비단 유교의 영향이 아닌것이, 미국이나 서구사회에서 오히려 동양보다 더 남성성을 강하게 요구받는다고 한다. 나는 이미 그런 ‘남자라면 ~지!’와같은 사회적인 기대와 족쇄를 벗어버렸고 그런방향으로 가려고 노력중이나 여성들에 대한 여성성의 요구도 뿌리깊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고정관념은 인간다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나 어찌 이러한것인가? 단순히 성적매력의 유지를 위함인가?
나는 타고나기를 거칠고 경쟁적인것을 싫어하며 사회적인 기준으로 봤을때 여성스러움의 카테고리로 분류될 특질들을 더 많아 가지고 있다. 이는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은 그렇게 규정한다. 그런 나의 자연스러운 나다움은 꽤나 자주 가족친척들과 주변인들로부터의 비난거리였다. 그래서 아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 스스로가 과거의 나에 크고 든든한 어른이 되어주어 ‘괜찮아 한글아. 네 모습 그대로 넌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야.’라고 해주고 싶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난 스스로가 더 좋아질 것 같다.
의복은 인류사에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각적인 효과일 뿐이고 사회적 약속에 불과하다. 이세상 모두가 인종, 성별, 나이, 경제적인 여건에 관계없이 같은 옷을 입고있다면 어떨까? 남성이 남성성을 잃거나 여성의 여성적 특징들을 잃어야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부여받는 신체의 성과 개개인의 고유한 성격의 특징들은 매우 복잡미묘하며 다양하다는 것, 그것이 정말 다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배려할 수 있으면 될것이다. 쉽게 타인을 판단하지 않기.
우리 각자는 이미 너무 잘 알지만, 자기자신의 성격이나 특질들을 스스로 탐탁지 않아하는 부분들이 누구나 있고 심지어 많다. 그런데 나 자신을 향한 공격이 상당부분 (가장 가까운 가족을 포함한)타인들의 잣대와 교육에 의한것임을 안다면, 적어도 그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내 가족과 내 자녀, 내 친구가 자기 스스로를 혐오하고 미워하길 바라는가? 그러나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지 못한 부모나 친척, 친구들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나 자신을 연인 대하듯 하라고 한다. 나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들에 대한 혐오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