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을까

무문관을 읽다가,

by 아론

작가 강신주의 책 제목처럼, 우리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을까. 이는 질문이자 명령이다. 우리는, 반드시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편하게 누리는 집, 차, 명예, 직업 그리고 직업까지도, 젠가 힘에 부쳐 손을 떼야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너무 가깝게 붙어, 뜯어내다 상처가 더욱 커진다.


마치, 찢기고 변색된 광고 전단지보다, 아름다운 형태의 예술품의 오염이 더 크게 보이듯 우리의 온전함은 언젠가 짐이 된다.


미니멀리스트,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물건들부터, 자동차와 가구들,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주기적으로 걷어내곤 한다. 너무 매정하지는 않은지, 생각하기도 전에 불필요한 살점을 도려낸다.




바닥에 누운 사람은 몸을 일으킬 때, 바닥과 붙은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땅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처럼 우리는 가까울수록 마치 하나가 된듯한 생각을 한다.


사랑과 우정처럼 인간관계에서도, 너무 가까워진 서로가 가장 큰 아픔을 낳는다. 상대방을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권태기는 시작된다. 지루함에 못 이겨 새로움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우리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고 소중함을 알기에는 너무 늦는다. 이런 관계를 최소화하고 싶은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 그렇기에,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좀먹어가는 불필요한 관계를 과감하게 베어내곤 한다.




버린 물건이 훗날 필요한 순간이 오겠지만, 수년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때 다시 구해도 된다. 공간은 비워내면 다시 채워지는 습성이 있다. 먼저 비워내면 다시 채워지는 건 대부분 그전보다 낫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지인들도, 점차 인연이 옅어지면 억지로 만나려 하지 않는다. 꾸준히 이어가야 할 사람들만을 남기고, 그 이외에는 아주 얕은 사이로 남도록 한다. 지구가 둥근 덕분일까, 멀어지면 자연스레 보이지 않게 된다.


나는 몹시 나약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슬픔과 아픔에 무척 취약하다. 언젠가, 나를 무너트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종종 벌벌 떨곤 한다. 돌아보면, 나를 위해 불필요한 잔짐들을 덜어내려는 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어쩔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아끼고 보듬으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 것을. 마치, 방어기제가 튀어나와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 늦은 밤에 이불을 차는 것처럼, 이런 습관도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훗날 내 식견과 관념들도 변하고 나면 이 생각들도 멀어지겠지, 지구가 둥근 덕분에 멀어지면 자연스레 보이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