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와 당신

어떤 날

by 아론

대학원 진학 면담을 마쳤다.

애써 따뜻하게 안고 간 커피와 차,

작은 쿠키가 덩그러니 내 손에 들려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취향에 맞는 외형과 내형을 갖추었는지 등은

살피지 않고 나온 소개팅 같은 시간이 지났다.


결과적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왕복 5시간의 거리를

오가게 한 교수가 너무 미웠다.


분명히 유선 전화로 상세히 설명했고

뽑을 것처럼 답한 그에게 희망을 담아 찾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에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분들께 연락을 돌렸다.

아쉽게 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오늘을 이렇게 보내기 싫다는

아쉬움의 생각이 들어 아주 오래전

내 말실수로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래간만에 닿은 연락.

잘 지냈냐는 말과 함께 퇴근 후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다.

정겨운 인사와, 만나기 전 설렘과 떨림이 온몸을 감쌌다.




지하철이 덜컹거리는 만큼

어떻게 진심을 담을지 생각했다.

미사여구 없이 가장 진솔한 마음이 좋겠지.


5년이 지나 만난 우리는 여전했다.

다만 조금 나이가 들었고, 차분해졌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근황을 나누었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내가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상처받는 말을 전했음을 사과했다.

흔쾌히 받아준 친구가 정말 고마웠다.


어떤 날이 있다.

다 망쳐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가장 소중한 하루가 되는 그런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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