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003
20분 간 기술을 배우고, 경력이 많은 선배님들과 5분씩 4세트의 스파링이 진행된다. 기술을 많이 알지도, 잘하지도 못해 먼저 당해보거나, 상대방의 기술을 풀어내는 동작으로 경기를 반복한다.
2년 이상 수련한 선배들과의 경기에서는, 이기려고 하기보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임한다. 실상 그들에게서 기권을 받아낸다고 한들, 진심으로 상대했을 리가 만무하다.
얼마 전 6년 이상 수련한 퍼플 벨트 선배에게 들은 말로는, 초보자들과 스파링을 할 땐 이미 할 줄 아는 기술보다 새롭게 익히려는 기술을 많이 시도한다고 한다. 즉, 이겼다고 기뻐하기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지.
아직 때조차 묻지 않은 흰 띠끼리 스파링을 할 때, 처음에는 기술에 당하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주다가 금세 지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다 다른 관원들과의 시합을 위한 접촉은 허용된다는 부분을 조금씩 이해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긴장보다는 설렘으로 수업에 임한다. 그리고 스파링 때는 되도록 힘만 쓰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실력의 여러 지표 중 근력은 중요한 요소이다. 프로 선수들도 체급차이를 무시 못한다고 하듯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체급이 높다고 해서 실력이 좋은 건 아니기에 하나라도 배우려 근력보다는 기술을 숙련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휘슬이 울리고 5분 간의 스파링이 시작되면 서로 도복, 팔과 다리를 잡아 중심을 무너트리려 애쓴다. 이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중심을 무너트리려 특정 방향으로 힘을 준다.
공격을 받아내는 사람은 온전히 그 힘을 이겨내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바람이 부는 날 흩날리는 깃털을 잡으려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맞춰 서 있으면 되듯이 불필요한 힘싸움은 말 그대로 불필요하다.
그렇게 흐름을 읽고 중심이 무너질만한 방향으로 가볍게 밀거나 당기면 순순히 경기의 판도가 뒤집힌다. 앞서 말했듯이 체급과 근력은 무척 중요하지만 실력을 키우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주짓수에서도 그렇다.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스무스하게 밀고 당기기. 중간만 가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는 삶에서 중간은, 중심이 가장 잘 잡힌 안정적인 포지션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