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걸으시네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 가장 무섭다.

by 무즈니



“잘 걸으시네요. 부러워요.”

“감사합니다.”



뇌경색으로 재활 병원에 입원 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엄마가 휠체어를 떼고 걷기 시작하자

못 걷는 환자나 그의 보호자들이 엄마를 보며 자주 하시던 말이었다.


어느 날 ‘이 대화’가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졌다.

잘 걷는다는 말이 병원에서는 칭찬이 되고

우리가 그 말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그 대화’가 말이다.


병원에 오기 전에는 걷는 게 당연했고

잘 걷는다는 게 칭찬이 될 일은 없었다.

만약 밖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감사는커녕 ‘나를 놀리는 건가?’ 생각했을 것이다.



오래전 감사일기를 처음 썼던 때가 생각이 났다.

감사일기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 쓸 때는 감사한 게 쉽사리 생각나지 않는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수줍게 썼던 첫 줄은

“숨을 쉴 수 있어 감사하다”였다.

그때는 그 한 줄을 보고 혼자 피식 웃어버렸다.

내가 쓴 그 한 줄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 나머지

‘일기에 쓰기에는 너무 유치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한 줄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다.

우리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자주 잊고 산다.

그것들은 늘 익숙함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병원에 들어와 보니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 가장 무섭다는 것을.


두 발로 서있는 것.

걸어서 화장실을 가는 것.

양손을 쓸 수 있는 것.

말하고 싶을 때 말을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


우리는 평소 이 모든 당연한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말 그대로 당연히 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정말 별 게 아니다”


우리가 1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말들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