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꽃을 찾고 싶었다. 분명 파란 하늘은 겨울을 벗어났다고 했고, 바람이 없는 베란다 창 안쪽은 태양이 주는 대로 쏟아져 후끈한 공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면 이르게 핀 야생화를 볼 수 있을지 궁리를 했다. 외출을 준비 하는 동안에도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하지 못했지만, 늘 하던대로 분리수거함에 넣을 것들을 챙겨 들고 나섰다.
오후 5시, 꽃을 찾아 나선 첫 산책이었다.
늘 오후 5시 산책을 하며 궁리하던 시간이 있었지만, 겨울은 모든 것을 꽁꽁 숨겨두게 했다. 겨울이란 계절은 자연에서의 일상을 멈추어야만 하지만, 겨울잠 자듯 집안에서 쉬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바이러스로 미루던 건강검진을 마치고, 이어지는 추가 검진들을 받았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받으러 가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돋아난 새싹을 막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순서를 기다리고 벌어지는 일이 없는데, 나는 줄을 서는 일이 익숙했나 보다.몸에 생긴 새로운 변화들은 나를 긴장하게 했지만, 이십 대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내 나이에 맞게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병원 일정이 다 끝이 나면 여유를 부려야지 싶었는데 소심하게 굴었나 보다.
동네 화단마다 푸릇하게 올라온 새싹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 꽃을 둘러보러 나오니 늦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근한 공기가 느껴졌다.
자꾸만 내리쬐는 해가 눈부시게 하고 조금 걸었을 뿐인데 몸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봄님은 벌써 와 있었다. 첫 꽃을 보았다.
사철나무 담장을 따라 작은 별꽃이 줄지어 피었다. 작고 흰 하트모양이 하나둘셋넷다섯, 꽃송이를 세다 보니 아직 피지 않은 꽃송이도 보였다.
별꽃(2023.2.27)
자신이 아닌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다.
얼마 전에 읽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이 다시 꺼내보았다. 그리고 꽃을 보며 나만 아는 문장을 만들고 쓰는 일을 하길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믿는다. 겨울잠을 푹 잤으니 매일 태양이 내리쬐는 들판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