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
나는 언젠가 운동장 한쪽에 커 다란 꽃송이를 달고 있던 해바라기 한 포기가 아이들의 장난으로 밑동이 꺾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다음엔 부끄러운 느낌이 들고 다시 엄숙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당합니다. 동생이 아파 병원에 가게 된다든지 흉년이 들었다든지 중학교에 진학을 못 하게 된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이 해바라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도 이렇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얼마나 괴로워했습니까?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 해바라기 앞에 머리를 숙이고 뉘우쳐야 합니다. 한 포기 해바라기보다 우리는 결코 떳떳하게 살지 못했어요.
책 <이오덕선생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