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폰트 이야기
'겨자풀 식탁' 주인장 겨자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무물' 코너입니다. 글로 써서 나누며 소통을 추구하는 태생 관종 브런치 작가가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에 질문을 남겨주시면 답해드립니다.
정말 '안물안궁' 디테일이지만 저에게는 나름 의미 있는 글꼴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의 자작무물로 정해보았습니다.
저의 최애 드라마 중 하나인 <멜로가 체질>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그래, 꽃길은 사실 비포장 도로야.
취준생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진주'는 유명한 드라마 작가 밑에서 보조 작가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큰 사람이 될 거야. 꽃길만 걸을 거야"라며 뛸 듯이 기뻐하죠.
하지만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밤낮없이 근무를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꽃길은 사실 비포장 도로야."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면서도
정말 멋진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꽃길만 걸으세요!"라고 덕담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꽃이 가득 핀 길은
매끈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흙으로 덮인 비포장 도로일 때가 많잖아요.
그 사소한 디테일에 의미 있는 삶의 철학을 담아냈다 느껴서
제가 두고두고 애정하는 말입니다.
학대 경험자를 위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 글을 읽는 분들이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비포장도로 같은 삶.
그래도 그 한가운데서 흐드러지게 핀 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이겠지.
누군가는 그 꽃을 보지 못한 채 걸어가지만,
나는 그걸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마음을 담아, '꽃길'이라는 글꼴로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합니다.
'비포장 도로야, 향기 가득한 꽃길이 되렴.'
오늘 하루, 굽이진 비포장 도로를 지난다 해도
덜컹거리는 흔들림이 어지럽다 해도
길가에 핀 꽃향기를 만끽하는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겨자풀식탁이야기
#겨자풀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