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은퇴 이민 실패하지 않는 방법 - 사람이 말해주지 않는 것

by 무타리

60대 초반 부부가 퇴직금을 들고 호찌민에 왔다.

여행으로 세 번 와봤고, 그때마다 물가가 싸고 날씨가 좋고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느꼈다.

1년 후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행과 사는 건 달랐어요." 그것이 전부였다.

베트남은 분명 은퇴 이민 후보지로 매력적이다.

한국 대비 생활비가 40~50% 낮고, 연중 따뜻하며, 10만 명 이상의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미국 여행잡지 트래블+레저는 생활비, 주거비, 의료서비스를 근거로 베트남을 은퇴자 이주 추천 국가에 꼽았다.그런데 그 매력이 함정이 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준비 없이 들어왔다가, 준비 없이 돌아간다.

베트남에서 은퇴 이민에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그 차이를 정리해봤다


1. 비자를 현실로 먼저 본다

베트남에는 현재까진 은퇴 비자가 없다.

태국이 만 50세 이상, 은행 잔고 3,000만 원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1년 단위 은퇴 비자를 발급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은 지금도 은퇴 목적의 장기 체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현재 45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그 이후에는 선택지가 좁다.

투자자 비자(DT)는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최대 5~10년 체류가 가능하다. 취업 비자(LD)는 베트남 기업에 실제 고용돼야 한다.

배우자가 베트남 국적이면 5년 비자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은퇴 이민자들이 3개월짜리 상용 비자(Business Visa)를 반복 연장하거나, 소규모 법인을 설립해 투자자 비자를 받는 방식으로 장기 체류한다.

이 방법들은 작동하지만, 비용과 행정 부담이 따른다.

비자 문제를 낭만적으로 처리하다가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가장 흔한 첫 번째 실수다.

들어가기 전에, 어떤 비자로 어떻게 체류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2. 생활비 예산을 두 배로 잡는다

여행자 기준으로 베트남은 싸다. 쌀국수 한 그릇이 2천 원이고, 오토바이 택시가 1,000원이다.

그런데 은퇴자로 살면 지출 구조가 달라진다.

호찌민 기준 외국인이 편하게 살 만한 아파트 월세는 700~1,200달러 수준이다.

한인 밀집 지역(7군, 푸미흥)은 더 올랐다. 식비는 현지식 위주로 먹으면 저렴하지만, 한국 식재료나 외국인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금방 한국 수준에 근접한다.

두 사람 기준 현실적인 월 생활비는 200만~300만 원 선이다.

여기에 의료보험, 한국 왕복 항공권(최소 연 1~2회), 예상치 못한 의료비, 비자 관련 비용을 더하면 350만 원 이상은 잡아야 한다. 물가가 '싸다'는 전제로 예산을 짰다가 실제로 쓰는 돈이 예상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기준은 이렇다. 여행에서 쓴 돈의 두 배를 월 예산으로 잡아라.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맞게 잡은 것이다.


3. 의료를 전략으로 설계한다

은퇴 이민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야 할 주제가 의료다.

젊을 때의 이민은 직업과 소득이 중심이지만, 나이 든 후의 이민은 건강 관리가 중심이 된다.

호찌민과 하노이 대도시에는 국제 병원이 있다. FV병원, 빈멕 인터내셔널 등은 영어 진료가 가능하고 수준도 일정 이상이다. 일반 병원 진료비는 1만~2만 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중증 질환, 복잡한 수술, 정밀 검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국에서 치료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하는 교민들이 많다.

문제는 의료 비용이다. 베트남에 거주하면 한국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된다.

해외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 국내 보험 연속성도 끊긴다.

사설 국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60세 이상 기준 연 200만~500만 원 이상을 예상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이렇다. 정착지를 대형 국제 병원과 가까운 곳으로 잡는다.

사설 의료보험을 출국 전에 가입한다.

중증 질환 발생 시 귀국 치료를 전제로 한국 건강보험을 유지하는 방법을 미리 확인해둔다.


4. 집은 사지 않고 빌린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아파트의 경우 일정 조건 하에 50년 임시 소유가 가능하지만, 실제 행사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외국인 명의 부동산 취득 자체가 법적으로 복잡하고, 그것을 다시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처음 베트남에 온 은퇴 이민자들이 '집을 사두면 임대수익도 나고 좋지 않겠냐'는 논리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베트남 부동산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법인 설립 없이는 임대 수익에 대한 세금 처리도 불분명해진다.

현실적인 판단은 이렇다.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월세로 살면서 동네와 생활 패턴을 파악한다.

살아보고 결정하자

그 후에도 부동산 매입은 최소한 현지 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뒤에 결정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5. 한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되 갇히지 않는다

호찌민 한인 커뮤니티는 규모가 크다. 한국 식당, 한국 마트, 한국 병원, 한국 학원. 베트남에 왔지만 한국처럼 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것이 처음 정착하는 데 큰 위안이 된다.

그런데 이 커뮤니티에 완전히 갇히면 문제가 생긴다. 한인 상권은 베트남 현지 물가와 다르다.

한국 식재료를 사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한국 사람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생활비가 한국과 비슷해진다. '베트남에 사니 물가가 싸다'는 전제가 무너진다.

더 깊은 문제는 현지화다. 베트남어를 전혀 못하고, 베트남 사람들과 교류가 없으면 결국 한인 커뮤니티에서 생기는 소문, 갈등, 정보의 영향을 받게 된다.

좁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끼리 마찰이 일어나고, 그 마찰이 정착 실패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균형이 필요하다. 한인 커뮤니티를 발판으로 쓰되, 베트남어 기초 학습과 현지인 교류를 병행하는 것이 장기 정착의 기준이다.


6. 더위와 우기를 몸으로 먼저 확인한다

베트남의 기후는 연중 따뜻하다. 이것이 매력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따뜻한'과 '덥고 습한'은 다르다.

호찌민은 건기(11월~4월)와 우기(5월~10월)로 나뉜다. 우기에는 매일 오후 스콜이 쏟아지고, 도로 일부가 잠긴다. 연중 기온은 28~35도 사이를 오가며, 체감 온도는 더 높다.

건물 밖을 나서면 즉시 땀이 나는 환경이다.

이 기후에 적응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관절 질환, 호흡기 문제, 피부 트러블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 없이는 생활이 어렵고,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면 전기세가 상당하다.

결정하기 전에 최소 우기 1개월, 건기 1개월을 연속으로 살아봐야 한다.

여행이 아니라 일상처럼. 기후는 타협이 안 되는 변수다.


7. 한국으로 돌아갈 선택지를 열어둔다

베트남 은퇴 이민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완전한 이민'을 너무 빨리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 집을 팔고,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퇴직금을 현지 계좌로 옮기고, '이제 여기서 산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3년 후 건강이 나빠진다. 가족 문제가 생긴다. 베트남 생활이 생각과 달라진다.

그때 돌아갈 기반이 없으면 선택지가 사라진다.

오래 자리를 잡은 교민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거점을 유지한다.

집을 팔지 않고 세를 주거나, 국민연금 수령 구조를 유지하거나, 귀국 시 이용할 병원을 정해두는 방식이다. 베트남 생활을 즐기면서도 한국과의 연결을 끊지 않는다.

이 전략의 핵심은 돌아가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는 것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베트남에서의 삶을 오히려 더 여유 있게 만든다.

베트남 은퇴 이민은 잘 되면 한국에서 같은 돈으로 살 때보다 훨씬 여유로운 일상이 된다.

날씨, 음식, 사람들의 에너지, 그리고 아직 개발 중인 도시의 생동감. 이것들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매력이다.

그러나 준비 없이 들어온 낭만은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

비자, 의료, 생활비, 기후, 커뮤니티, 부동산, 그리고 귀국 선택지.

이 일곱 가지를 미리 현실로 대면한 사람이 오래 산다.

15년을 넘게 살아보니 이젠 알겠다. 베트남은 준비된 사람에게는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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