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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은 우상숭배다.

저작권은 권력이다. (4)

by 철없는박영감
저작물보다 저작자에 집중되는 저작권


저작권이 권력이 된 이유는 창작물(저작물)보다 저작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은 아닐까? 창작물의 질이나 본질보다 누가 만들었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창작자는 법적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력과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서 저작자를 숭배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저작권이 문화 창달을 위한 도구에서 저작자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독점적 권력을 유지하는 장치로 변모한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뛰어난 문학적 업적을 남긴 저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발표되기 전부터 ‘집필을 시작했다’는 뉴스만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독자들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창작 과정 자체에 열광한다. 게다가 그의 삶과 작업 방식까지도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현상은 인플루언서 문화와 결합하며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유튜브, SNS에서는 콘텐츠의 본질보다 창작자의 영향력과 브랜드가 저작권 보호의 핵심이 된다. 이제 저작물은 독립적인 가치로 평가받지 못하고, 저작자의 이름과 팬덤에 의해 결정되는 소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리작 논란 : 저작권은 아이디어를 보호하는가?


저작권이 저작자 중심으로 작동하면서, 창작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종종 왜곡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리작 논란이다. 아이디어는 저작권자에게서 나왔지만, 실제 창작과 퍼포먼스를 수행한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한참 논란인 때가 있었다. 무엇이 맞는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다만 현재의 저작권 체계에서는 창작 아이디어 자체를 보호하지 않고, 오직 완성된 창작물만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문제는 저작권이 창작 과정의 공정한 평가보다는, 법적 권리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창작의 모든 과정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지금의 저작권 제도는 창작자가 아니라 결과물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는 AI의 등장과 맞물려 저작권을 다시 정의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AI가 창작 활동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저작권의 개념도 새롭게 정의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I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경우, 기존 창작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되는가?',

'AI와 인간 창작자가 협업하여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은 어떤 방식으로 설정될 수 있는가?' 특히 AI가 학습한 원본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논란이 크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화풍을 학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경우, 이는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기존 창작자의 스타일을 차용하는 것에 가까울 수 있다. 이러한 창작물은 저작권의 재산적 권리 개념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성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저작권을 단순한 경제적 권리가 아니라 인간 창작의 본질을 보호하는 장치로 봐야 할 필요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최근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 열풍을 두고 AI 창작에 대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는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예술에는 인간의 고통과 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작은 단순한 데이터 조합이 아니라, 창작자의 경험, 감정, 철학이 반영된 인간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AI 창작물과 구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에서 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 창작의 본질과 인간성의 가치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AI로 인한 무분별한 창작물 생성이 어쩌면 저작권의 목적인 '문화 창달'에 더 기여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인간의 가치가 경시되는 우상 숭배는 아닌지?


고민해 볼 골치 아픈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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