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은 권력이다. (5)
fashion
: 명사, 1. U, C (의상·머리형 등의) 유행(하는 스타일), 인기. 2. C (행동·문화 등의) 유행하는 방식. 3. U 패션, 의류업
: 동사 1. 타동사 [VN] (특히 손으로) 만들다 [빚다]
브랜드와 트렌드
한때 명품 브랜드의 끝판왕이라 불리던 에르메스 버킨백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면서 워킨백 같은 모방품이 등장했고, 제품의 리뷰가 SNS를 도배했다. 사람들은 '가성비'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브랜드 보다 트렌드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과거처럼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에 강경하게 대응하기보다 가만히 잠자코 있는 것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을 따라가는 선택을 한 듯 보인다.
저작권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였지만, 이제 저작권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트렌드의 일부로 작용하는 개념이 되어가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생각을 거듭할수록 '패션'이라는 낱말이 계속 떠올랐고, 좀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패션 산업과 저작권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다.
두 산업 모두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너무 변하지 않으면 잊히고, 너무 급격한 변화는 브랜드나 창작물의 본질을 위협한다. 패션 브랜드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스템이다. 브랜드는 단순히 특정 디자이너의 창의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브랜드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며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2차 창작물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저작권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창작물은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변형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특정 창작자가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저작물을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브랜드가 디렉터를 교체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처럼, 저작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해석과 변화를 거치며 그 가치를 유지한다.
특히 요즘 저작권의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팬덤 문화와 인플루언서 중심 소비 패턴이 강화되면서, 창작물이 트렌드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소멸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저작권 보호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가치가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저작물이 너무 엄격하게 보호될수록 유행에서 밀려나 잊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변화 속에서 2차 창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창작물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형하는 meme(밈) 문화는 저작물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팝아트 역시 공산품의 재해석과 변형을 통해, 기존 창작물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굿즈 문화 역시 원작의 창작물을 뛰어넘어, 소비 형태로 자리 잡으며 끊임없는 재창조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저작권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제 저작권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유행하는 창작물과 지속적인 창작 환경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작물을 패션처럼 유연하게 보호하는 새로운 라이선스 모델이 필요하다. 독점적인 저작권이 아니라, 창작자가 소비자와 협업하며 새로운 창작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창작물이 시대 변화에 맞게 자연스럽게 순환하며, 저작권이 트렌드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보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저작권은 하나의 유행하는 문화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저작물은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잊히고 추억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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