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처럼 반짝반짝한 것들을 모으기 위한 상자를 만들었다
그날의 추억이 담긴 엽서, 울퉁불퉁하지만 작고 하얀 돌멩이, 선물 받은 열쇠고리
소중해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한 곳에 모아두었다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이미 한 상자를 가득 채웠지만
그럴수록 그 안에 있는 것들도 함께 잊어갔다
아끼기 위해서 담아두었던 것이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중해서 아끼고 아꼈던 것들이 결국엔 미련으로 남았다
차라리 그때 더 많이 들여다보고, 그때 더 많이 사용하고, 그때 더 많이 만져볼 걸
보관하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담아두기만 하고 흘려보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까
닳고 해질수록 더 더 소중해진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있는 그대로 고이 간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꺼내보아야 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고 또 소중해서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 마음이 변해버릴까 봐 보이지 않도록 더 숨겼다
애초에 인위적으로 보존한 모습은 들통나기 마련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부터 바래고 균열이 생기고
나중에서야 상자를 다시 열어보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변화는 오히려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함을 가져다준다
비록 처음과는 달랐더라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소중한 것들은 숨기고 소중하지 않은 것들만 내보일수록
점점 소중하지 않은 것들만 기억되고 소중한 것들은 떠나간다
소중할수록 담아두기보다는 꺼내두어야 한다
사라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