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자체인 각자의 여행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 중 하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여행일지를 멋들어지게 써보자. 그러다 보면 책을 내게 될지, 작가가 될지 누가 알아?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다짐과 달리 여행 도중에는 글을 쓰지 못했지만... 글은커녕 씻기조차 귀찮아서 그냥 잠들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8-9시부터 길을 나서 주변이 어두워져서야 숙소로 돌아오는 쉼 없는 일정. 여행을 막 시작한 여행 새내기에게는 무리였을 테지. 처음에는 몸에 부담이 가는 줄도 몰랐다. 이 정도면 만능체력이라고 방심했다. 아직 피로가 쌓이지 않았던 때에 했던 섣부른 생각이었던 거지. 3주 간의 여행이 끝을 향할수록 숙소로 들어오는 시간은 점점 더 빨라져만 갔다. 초반에 쉬지 않고 걷고 또 걷고, 구경하고 또 구경할 수 있었던 그 체력은 초반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몸이 피로해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금방 회복되었던 몸이었는데, 여행의 후반으로 갈수록 아무리 잠을 자고 일어나도 조금만 걸어도 지치기 시작했다. 피로의 누적도가 더 이상은 잠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테다. 그럼에도 여행초반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시간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약 20일을 알차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한 시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어서, 지칠 대로 지칠 만큼 걸어 다니고 숙소에서는 바로 뻗을 지경에 이르렀기에 되돌아보니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몸의 피로쯤이야 잠깐 고되긴 하겠지만 지나갈 테다. 그렇다고 무리해서까지 여행을 다닐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 몸살이 나지 않는 선에서 너무 지치다 싶으면 쉬어가는 것도 좋고, 하루를 푹 쉬고 활력을 되찾는 것도 좋다.
여행을 마치고 여유가 생기니 이제는 드디어 글을 써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여행일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여행루트를 알려주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고 남들과 차별화되게도 쓰고 싶은데 도무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막막했다. 오랜 고민도 아니었지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여행하면서 마주했던 한국과는 달랐던 부분, 느꼈던 감정, 특정한 장소에서 받았던 느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변했다고 느끼는 나의 모습을 여행기록과 함께 풀어내보면 어떨까 싶었다. 총 몇 개의 에피소드가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되도록 이제까지 여행했던 나라와 앞으로 여행할 나라 모두를 기록에 남기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모든 장소에서 특정한 느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나라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 중 한 부분이 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남겨보도록 하겠다. 여행은 삶과 같다. 사실 세상에 삶과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삶과 닮아있다. 그래서 가끔은 단조로운 여행도 있고, 가끔은 굉장한 여행도 있을 뿐이다. 당연히 여행이 주는 의미도 사람마다 다를 테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생각과 삶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이다. 각자가 느끼는 바가 다르기에 여행은 더 의미 있다.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테니.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