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무엇을 적어야할지 모르던 찰나에 몇가지 끄적여보았고
보물상자에 고이 넣어둔 그 종이는 한참을 잊혀있다
정말 가끔 어떤 계기로 그 상자를 열게되면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다
적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다 이루어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적었던 기억이 난다
적어둔 항목들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걸 느끼며
생각보다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와닿곤 했다
기록이란 그런것 같다
노트의 첫 장 첫 줄을 써내려가기 시작할 때에는
빈약해보이기만 한 책이 언제 다 채워질까
채워질 수는 있을까, 그냥 쓰지 말까
온갖 생각들이 들지만서도
완성을 바라보지 않고 그날그날을 충실히 기록하다보면
점차 쌓여가는 기록들을 보며 놀라곤 한다
언제 이렇게나 썼지
쓰길 잘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졌을
감정들과 찰나를 기록해서
다행이다
그 당시 적었던 버킷리스트 중
이뤄질 수 있을까 싶었던 목표들도
이루어져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에펠탑 보기,
원하던 학교에 가기,
죽기 전에 내 곡을 남기기,
이루어지길 확신하고 쓴 건 하나도 없었지만
이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글의 힘을 또 한 번 체감한다
글이 모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시간이 되며
시간이 모여 시절이 되고
시절이 모여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