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중간에 껴서 피로도가 제일 높은 수요일 퇴근길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온몸 구석구석을 비집고 숨어있던 피로 세포들이 한 번에 가시는 듯한 청량한 짜릿함. 3번이나 낙방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 드디어 합격 메일을 받은 순간이었다.
'합격'이란 단어는 취준생 시절에서 끝일 줄 알았건만 직장인이 되고서도 종종 만난다. 어쩌면 꿈을 품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계속 마주하게 될 단어가 아닐지 싶다. 꿈을 가진 사람이 가지는 일종의 숙명이자 지표는 아닐런지.
아무튼. 남들은 한 번만에 합격하기도 한다는 브런치 작가 신청(물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을 나는 왜 3번이나 낙방했을까를 떠올려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합격한 지원서와 비교했을 때, 예전에 신청했던 지원서들은 아래의 부분들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1. 내가 브런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한가
2. 나를 한 줄로 소개할 수 있는가 (=나의 캐릭터가 분명한가)
3. 앞으로 적어낼 글들이 내 머릿속에도 잘 그려지는가
첫 번째 브런치 작가 신청은 무려 2년 전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느껴 조금 더 정성을 들였던 두 번째 시도. 연이은 낙방에 '아 이거 쉽지 않구나'를 느끼고 1년을 미뤘다. 그렇게 1년 뒤 한 번 더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에 세 번째 시도를 했고, 역시나 불합격. 돌이켜보면 3번의 도전과 3번의 낙방은 나의 방황기를 반영하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나,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그래서 내가 그리는 삶의 모습은 뭔데?' 고민의 연속이었던 지난 날들. 일에 대한 회의감, 일과의 거리두기, 관성과 타협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지원서에도 '무엇에도 확신 없었던 나의 방황'이 묻어났던 것 아닐까.
반면 합격 지원서에는 나라는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워라밸이 중요해서, 야근하고 연차 쓰는 마케터>, <흔히들 일을 적게, 안정적으로 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때 '워라밸이 있다'고 말합니다. 제게도 워라밸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게 워라밸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되, 두 영역 모두 치열하게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야근도 많고 매일 바쁜 '마케터'라는 직업을 삼고 있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고 있답니다. 일(work)이 많은 만큼 삶(life)도 많으려고 자발적으로 부지런히 살아가는 제 모습을 글로 담으려고 해요.>
1. 내가 브런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한가
- 일(work)이 많은 만큼 삶(life)도 많으려고 자발적으로 부지런히 살아가는 제 모습을 글로 담으려고 해요
2. 나를 한 줄로 소개할 수 있는가 (=나의 캐릭터가 분명한가)
- 워라밸이 중요해서, 야근하고 연차쓰는 마케터
3. 앞으로 적어낼 글들이 내 머릿속에도 잘 그려지는가
-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방법(a.k.a 덕업일치) / 재미있는 일하고 매일 야근 VS 재미없는 일하고 매일 칼퇴 / 팀장님과 육회비빔밥을 먹었는데, 그날도 나는 칼퇴했다 / 너무 바쁘지만 일을 쉬는 이유
결국 내가 나다워질수록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결과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색 아닌 나의 색으로 나를 채워 갈수록, 나의 생각들이 본연의 모양새를 갖추고 가치관으로 단단히 자리잡을수록, 나의 글도 선명해졌을 것이고, 그러한 굵은 일관성들이 합격의 비결이었다고 조심스레 너스레를 떨어본다.
브런치의 시작은 덕업일치를 이루고 거의 매일 야근하며 고군분투하는 요즘의 나에게,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소중한 기회라고 감히 직감한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나의 고군분투, 그리고 깨달음을 한껏 녹여보려 한다. 화이팅!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