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HongE Feb 19. 2019

이거 완전 또라이네? 일을 재미로 하냐?

철근공 vs 형틀 목수-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기술 배우라는 말’ 편에서 난, 노가다꾼이 기술 배우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얘기했다. 해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심정으로 기술 배우게 됐다는 말도.

이번 편은, 그 편의 후속 에피소드다. 나는 어떤 기술을 배우게 됐으며, 왜 하필 그 기술이었는지에 관한 이야기.


           

얘기했던 것처럼 직영 잡부 시절, “젊은 놈이 왜 잡부하고 있어? 기술 배우지 않고!”라는 말, 참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열에 아홉은 철근공을 추천했다.      


“철근 배워, 철근! 무조건 철근이여~”     


내가 봐도 그게 상식(?)적인 선택일 것 같긴 했다. 모든 이가 입을 모아 철근공 추천하는 이유, 현장에서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젊은 노가다꾼이 대부분 철근공인 이유, 간단하다. 돈 많이 주고, 기술 배우기 쉽고, 상대적으로 일 편하니까. 이왕 기술 배우기로 마음먹었으면, 그런 기술 배우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니까.           



차근차근 살펴보자. 2019년 기준, 철근공 일당은 225,000원이다. 현장마다 조금 다르긴 하다만, 어쨌든 아파트 현장에서는 제일 많이 받는다.

내가 알기로 노가다판에서 일당 제일 많이 받는 기공은 내장 목수다. 인테리어 목수라고도 부르는 사람들. 보통 25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한옥 짓는 목수도 그 정도 받는 거로 알고 있다.

일정 수준의 디자인 감각이 필요한 내장 목수, 이제는 몇 남지도 않아 장인으로 대우받는 한옥 목수, 그다음 정도가 철근공이니까 단순 기공 중에서는 일당이 제일 많은 거다.

심지어 철근 쪽에는 '판떼기 팀'이라고 따로 있는데, 이 팀에 속한 철근공들은 한 달에 천만 원씩도 가져간다. 판떼기 팀은 일당으로 받는 게 아니라, 한 판에 대한 인센티브, 즉 아파트 한 세대에 대한 단가를 계산해 돈을 받는다. 쉽게 말해, 철근 엮은 만큼 돈을 주는 거다. 그래서 일을 좀 빡세게 하긴 하는데, 그래도 한 달에 천만 원이니까 눈 딱 감고 해볼 만한 거다.           



철근은 배우기도 쉽다. 기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별것도 아니다. 그 기술이 쉬우냐 어렵냐 하는 문제는, 그 기공이 다루는 연장 가짓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철근공이 가지고 다니는 연장은 딱 두 가지다. 갈고리(결속선[실처럼 아주 가는 철사]으로 철근 엮을 때 쓰는 연장. 정식명칭은 결속핸들이다.)와 줄자. 말하자면 철근공은 갈고리만 다룰 줄 알면 되는 거다. 숙련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잡부도 하루면 배울 수 있다.

연장이 단출하다 보니 출퇴근할 때도 간편하다. 다른 공정 기공들은 묵직한 연장 가방이며, 무식하고 큰 연장 등을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데, 철근공은 허리춤에 갈고리와 줄자만 딱 차고 다닌다. 참고로 갈고리 사이즈는 딱 과일 깎는 칼 정도다.           



작업 방식이 간단해 일도 상대적으로 편하다. 이건 그 공정에서 다루는 자재와 부속 자재 종류만 봐도 알 수 있다. 철근공은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거 필요 없다. 철근과 결속선만 있으면 된다.

작업 방식은 이렇다. 바닥이든, 옹벽이든, 기둥이든 바둑판처럼 철근을 가로, 세로로 쭉 깐다. 혹은 가로, 세로로 쭉 세운다. 그다음, 철근과 철근이 교차하는 부분에 결속선을 대고 갈고리로 엮는다. 이게 끝이다. 정말 이게 끝이다.   

물론, ‘철근공’ 편에서 얘기한 것처럼 날씨 영향도 많이 받고 허리 숙이고 작업할 일이 많긴 하다만, 다른 공정처럼 무거운 걸 계속 날라야 한다거나 위험하고 거친 작업 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난 아직, 철근공이 작업하다 다쳤단 얘긴 못 들어봤다.      

    


철근공, 정리해보자. 일당 225,000원으로 노가다꾼 중에서 제일 많은 편인 데다가, 기술 배우기 쉽고(기술 배우기 쉽단 얘기는 빨리 기공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철근공은 보통 6개월에서 1년만 배우면 기공 단가 받는다.), 상대적으로 일 편하고 위험하지 않으니까 몸 상할 일도 적다.

그러니, 상식 있는 사람이면 철근 배워야 하는 게 맞다. 근데도 난, 형틀 목수 일 배우고 있다. 푸하하하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한 번이니까    

  

직영 잡부 시절, 고민 끝에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소장을 찾아갔다.


“소장님, 저 기술 배워보려고요. 처음에는 그냥 머리나 식힐 겸, 용돈이나 벌 겸 노가다판에 왔던 건데 생각보다 적성에도 잘 맞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요.”

“이 쉐끼 이거!!! 기껏 일 가르쳐놨더니 가겠다고? 그래! 젊은 놈이 잡부 일 하면 뭐하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기술 배워야지. 뭐 배우려고?”

“목수 일이요…….”

“뭐, 뭐???? 형틀 목수???? 왜??????”

“재밌을 거 같아서요. 하하.”

“이거 완전 또라이네? 얌마, 일을 재미로 하냐? 내가 노가다판만 20년이여. 니가 지금 형틀 목수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너 골병 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철근 배워. 너 목수 배우겠다고 하면 안 보내줄 거니까 그런 줄 알어.”     


그때 소장은 전혀 뜻밖이라는 듯 날 위아래로 훑으면서 엄청나게 흥분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러고는 정말로 날 안 보내주려고 했다. 난 몇 날 며칠 소장을 따라다니며 애걸복걸했고, 겨우 그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장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니가 굳이, 구태여, 꼭 목수 일을 배우고 싶다니까 보내주긴 하는데, 목수 일은 엄청 위험해. 현장에서 안전사고 터지면 거의 목수여. 그러니까 가서도 늘 몸조심해. 너 성격 급하다고 직영 일하듯 뛰어다니고 서두르면 무조건 다친다. 니 몸 다치면 너만 손해니까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해. 알았어?”

“네~ 감사합니다.(웃음)”     



그렇게 난, 형틀 목수가 됐다. 아직 기술을 다 배운 건 아니니, 지금은 그냥 꼬마목수라고 보면 된다. 우리팀에서도 난 그냥 “어이~ 막내~”로 통하니까. 하하.

모든 사람 조언을 무시하고, 소장 말까지 쌩까고 오직 재미 하나만 보고 형틀 목수를 택한 자의 삶이 어떤지는 다음 편에서 풀어보도록 하자. 잠깐, 눈물 좀 닦고.           


다음 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안쓰러운 독거 노가다꾼의 알찬 주말 보내기 프로젝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