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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귤 Jun 21. 2022

바로 그 팬케잌을 위한 탐색 (2)

사수와 나는 샐러드와 팬케잌을 시켰다. 그냥은 아니고 무슨 블루베리 이런 게 올라간 팬케잌이었던 것 같다. 배는 고프지만 늦은 시간이니까 가볍게 허기만 메우고 호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등장한 음식들은 가볍게 허기만 때울 만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샐러드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로 세숫대야만한 크기의 보울에 가득 차서 나왔다. 탑처럼 쌓여서 등장한 팬케잌 위에는 생크림과 블루베리 잼이었는지 컴포트인지 하여튼 설탕을 있는대로 투입해서 만든 절임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메이플 시럽은 금속 주둥이가 달린 투명한 병에 가득 담긴 채 등장했다. 


아연해져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그 정도 크기의 접시를 앞에 놓고 있었다. 가까이에 앉은 어떤 분도 막 자기 몫의 팬케잌 접시를 받아든 참이었다. 그 분은 거침없이 시럽 병을 들어 문자 그대로 콸, 콸, 콸, 시럽을 쏟아 부었다. 팬케잌 꼭대기에서부터 흘러내린 시럽이 접시 바닥에 호수를 만들었다. 


샐러드만으로도 이미 양은 충분하고 남았다. 하지만 약간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잘 모르니까 일단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사수와 나는 옆 자리 사람을 흉내내 잔뜩 시럽을 쏟아 부었다. 이미 단 것은 잔뜩 올라간 상태였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긴 비행과 시차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꾹꾹 눌러 놓고 있었던, 숨겨진 내 안의 단 것을 향한 본능이 무서운 기세로 튀어 나왔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시럽의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팬케잌을 망연한 마음으로 잠시 바라보다 역시나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럽에 절여지다 시피 한 팬케잌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하지만 첫 입만 맛있었을 뿐 두 번째 입부터는 더 먹기 어려웠다. 특히 블루베리까지 함께 먹었더니 위장과 뇌가 동시에 대충격을 받고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달아도 달아도 너무 달았다. 그나마 시럽에만 닿은 부분은 먹을 만 했지만 그렇게 미국적인 스케일의 단 맛에 충분히 단련되지 않은 사수와 내게는 그것마저도 너무 심하게 달았다. 첫 입에서 맛있다고 느꼈던 기분은 한 입 또 한 입 먹을 수록 가파르게 떨어져서 나중에는 샐러드 야채를 생으로 퍼먹어야 겨우 밸런스가 맞았다. 


그 후에도 아쉽지만 맛있는 팬케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때 시럽을 너무 많이 넣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 후 다시 미국에 오거나 심지어 거주하게 됐을 때에도 몇 가지 실험을 해 보았지만 결국 내 입에 딱 맞는 팬케잌은 찾지 못했다. 유럽의 팬케잌도 시도해 보았지만 설탕이 전혀 들지 않은 납작한 식사용 팬케잌은 내 머릿속 팬케잌의 이데아와는 조금 동떨어져서 그런가 나름대로 맛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와닿지 않았다.  


다만 여기까지 쓰고 보니 한 가지 꺠달음이 온다. 어쩌면 적어도 미국식 팬케잌의 세계에선 건강에 좋고 나쁨을 떠나 팬케잌의 균형을 갖추려면 달콤한 것을 생각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너무 달게 느껴지면 베이컨을 먹고, 그 기름진 맛도 조금 힘들다 싶을 즈음에는 다이너 특유의 커피를 벌컥벌컥 마셔서 완벽한 삼각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IHOP에서 내가 저지른 일도 오버였지만 어쨌든 미국의 팬케잌은 팬케잌 하나만 똑 떼어서 맛있다 맛없다를 논하기 어려운 존재인 모양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허다한 브런치 레스토랑에 가도 팬케잌을 판다. 하지만 나는 굳이 고르자면 브런치 메뉴 중에선 에그 베네딕트 파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굳이 팬케잌을 먹지는 않는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너무 강력하게 박혀 버려서 그런가? 적당히 고른 믹스 제품을 집에서 구워내 메이플 시럽이나 잼을 조금만 발라서 먹어도 이미 충분하다.  


참고로 미국식 팬케잌의 레시피 재료는 이렇다.

(출처:https://www.allrecipes.com/recipe/24530/buttermilk-pancakes-ii/)

3 cups all-purpose flour       

3 tablespoons white sugar       

3 teaspoons baking powder       

1 ½ teaspoons baking soda       

¾ teaspoon salt       

3 cups buttermilk       

½ cup milk       

3 eggs       

⅓ cup butter, melted


한편 영국식 팬케잌의 레시피 재료는 이렇다.

(출처:https://www.bbcgoodfood.com/recipes/perfect-pancakes-recipe)

100g plain flour

2 eggs

300ml semi-skimmed milk

1 tbsp sunflower oil or vegetable, plus extra for frying

pinch salt

  

+ 위의 레시피를 보면 미국식 팬케잌에는 밀가루 1컵 당 (약 120그램) 1큰술 정도의 설탕이 들어간다. 영국식 레시피를 보면 설탕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 참고로 '핫케잌'은 보통 팬케잌보다 더 도톰하고 두터운 팬케잌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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