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우리 가족이 각개전투(?)를 벌였다. 나는 오랜만에 중학교 때 친구와 추억여행(?)을 다녀왔다. 와이프는 모처럼 처녀 적에 같이 일하던 유치원 선생님들과 D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럼 애들은? 특히 막둥이는 어떡하고 갔냐구?
막둥이는 처남 집에, 그러니까 와이프 오빠네 집에 있는 두 살 터울의 사촌 언니와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 그 집에서는 이번 여름에 요즘 소위 말하는 '한 달 살기'로 거제도에 있는 집을 빌렸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주에 처남네 가족이 모두 거기 가서 놀았는데 우리 막둥이가 거기에 꼽사리(?)를 낀 것이다.
(교회 행사로 하는 물놀이에 빠져 있는 막둥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만으로 4살인 막둥이가 처음 하는 외박(?)인데 엄빠도 없는 그곳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아무 탈없이 소화해 낼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는 듯, 막둥이는 그곳에서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다고 한다. 하기야 해수욕장이 가까운 곳이면서도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 대형 풀장(?)을 설치해 놨다고 하니 그곳에서 물놀이는 사촌언니와 함께 원 없이 했을 테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처남댁이 해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배가 부르고 피곤하니까 잠도 잘 잤겠지.
어찌 잘 놀고 잘 잤는지 한 번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얘길 들으니까 한편으론 마음이 놓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이제 우리 막둥이가 다 컸나? 하는 마음에 약간, 아주 쪼~끔 서운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렇게 하룻밤 정도는 너끈(?)하게 엄빠가 없어도 잘 지내는 걸 보니, 조금만 더 있으면 먼저 우리 품을 떠나간(?) 첫째, 둘째와 함께 막둥이도 훨훨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 품을 떠나게 되어 있는 걸...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게 문제지, 평생 내 품에 품고 살 것도 아니면서 그걸 서운해한다면 그것이 정말 문제 있는 부모가 아닐까? 그러기에 하룻밤을 다른 집에서 잘 자고 돌아온 내 자식을 기특해하고 흐뭇해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막둥이가 그렇게 잘해줘서 우리 부부는 간만에 -근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처녀 총각 모드로 돌아가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중 2 때 갔던 경주로 다시 그 시절, 그 모드 그대로 그 시절의 친구와 추억여행을 떠났다. 그때처럼 하기 위해서 일부러 숙소는 잡지 않고 달랑 일인용 텐트 두 개만 챙겨 떠났다. 물론 식사도 버너와 코펠 등 야전도구로 모두 해 먹었다. 그렇게 하니 정말 중 2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까까머리 그 시절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중2였던 우리 친구들 4명은 부산에서 경주로 완행열차를 타고 올라가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다는 감포 해수욕장으로 가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긴 감포 해수욕장)
책에서만 배웠던 우리 역사의 체험뿐 아니라 생과 사의 의미를 제대로 경험한 여행이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감포 해수욕장으로 와서 하룻밤 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거기서 수영을 하다가 물에 빠져서 모두가 이 세상과 작별할 뻔했었다. 다행히 그나마 물에서 겨우 나온 친구 하나가 거기에 있던 수상구조요원에게 달려가서 살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는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난 가끔 그때를 기억하면 나의 소방관이라는 직업이란 게 그때 죽었을 수도 있는 목숨이 덤으로 사는 인생에서 누군가를 구하며 살라고 신이 나에게 내린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여기에 그대로 서 있다.)
그중 두 친구는 이제 연락도 안 되는 상태여서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연락을 계속하고 있는 한 친구와 함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이번 여행을 했었다. 코스도 그때와 동일하게 짜려고 했다. 단지 다른 것은 그때는 삼등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갔다면 이번에는 내 차를 몰고 떠난 것뿐, 다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감포 해수욕장에 텐트를 펼쳐놓고 백사장에 누우니 그때의 별들보다도 10분의 1도 안 되는 별들만이 내 눈 속에 들어와 박혔다. 그때 내 옆에 같이 누웠던 친구 둘은 어디로 갔는지 이젠 알 수도 없지만 나머지 한 친구만이 그래도 나와 함께 누워서 이 별들을 보고 있다는 것이 그래도 고마웠다.
집사람도 보내온 사진을 보니 정말 이십 년 만에 처녀 적 친구들과 회포를 푼 듯,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십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푼 마눌~^^)
세월이란 게 이렇다. 지나고 보면 모두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일들... 우리 첫째와 둘째는 이번 여름방학 땐 무슨 추억을 쌓으려나~ 부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시절로 다시 추억여행을 하고 싶은 그런 경험들로 이 여름의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채워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