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산에서(38)
소방서에 가지 않는 비번날이면 가끔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간다. 그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라이딩을 가고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갔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 두 개를 합쳐 그냥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운동과 독서를 한 번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도서관 가는 길은 경치도 꽤 좋다. 소방서에서 당번날 쌓인 스트레스를 라이딩으로 풀고 도서관에 조용히 앉아(?) 책을 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오늘은 벚꽃이 다 져서 나무에는 벚꽃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땅에 벚꽃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흡사 내 자전거가 지나가라고 핑크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정말 벚꽃잎들이 '이제는 꽃길만 타세요'라고 내게 말하는 듯했다. 황송하게도~
이렇게 벚꽃 잎이 떨어진 길을 나오면 이제는 도로옆에 쭉 뻗은 한적한 자전거길이 나를 맞이한다. 오른쪽으론 차가 쌩쌩 달리고 있지만 이런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 마치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의 기분이다. 이 길을 따라 달리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온 세상 어린이들(?)을 모두 만나고 올 것만 같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나오는 소박한 어촌의 모습, 갈매기가 끼룩대고 소금기에 절은 짠내가 내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저 배를 타고서 어디론가 노를 저어 가고 싶다.
바닷가를 돌아 나오면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의 도로를 따라 달린다. 거기를 흘러가는 여울이 또 나를 반긴다.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듣기 좋다. 아마도 여기 사는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나는 이 여울을 건너 아파트촌을 지나 도서관에 도착한다. 비록 국회에는 입성(?) 하지 못했지만 국회 도서관에는 당당하게 입성해서 내 자전거를 파킹한다.
그리고 이제는 바로 국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갈 차례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국회(도서관)까지 오다니, 정말 난 행운아가 아닌가?
국회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을 읽고 공용 pc로 글을 쓰다가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강변에서 환하게 봄을 밝히고 있는 겹벚꽃을 발견한다. 옛사람들은 형설지공이라 해서 반딧불과 눈빛을 밝혀서 공부를 했다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이 자연을 그냥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으니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까?
오늘 하루가 갔다. 또 2024년의 봄날이 갔다. 하지만 이런 라이당과 도서관이 있어 아쉽지 않은 하루였다. 누군가 오늘 나에게 봄날의 나비가 되어 세상을 노닐었다고 말한다면 나 또한 그랬다고 말하고 싶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