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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Dec 31. 2023

잘 가라~2023

아침 동산에서(37)

(사진-부산의 동쪽 끝 기장의 노을)


2023년이 하루하고 두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일년 365일을 난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아니 어떻게 살아낸 것일까? 12달, 52주, 356일,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나 되는 시간을 말이다. 멍청하게 있으면 금방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나는 잘 사용해서 내 인생에서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전진했던 것일까?


내가 그 시간들을 잘 활용해서 후회 없이 살아왔는지는 일년동안 내게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활용해서 일 년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다.


올해에 기억나는 일로는 무엇보다도


1. 나의 첫 책을 냈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muyal/112

사실, 학창 시절에는 글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이문열 작가님처럼 멋진 소설을 써서 등단해 보고도 싶었다. 내 나름대로 꽤 글을 잘 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소방서에 들어오면서 그런 꿈을 어느 정도 접었지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조앤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 그런 꿈이 되살아나기도 했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마법의 세계에 관한 상상력 넘치는 동화를 쓸 수 있지? '하면서 비번날 밤을 꼬박 새우며 읽기도 했었다. 그래서 가끔 네이버 웹소설에 그런 대작을 흉내 내어 나의 졸작을 올리곤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소방관 생활과 병행하면서 글을 계속 쓸 에너지도 없었고, 또 그럴만한 호응도 없었다. 그래서 나의 책을 내겠다던 어릴 적 꿈은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도 초반에 나는 49세의 나이로 막둥이를 낳았고 여기 브런치에 소방관 생활과 함께 육아일기 형식으로 에세이를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에 글을 쓴 지 3년여 만에 내 책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의 판매량은 아직 너무나 보잘것없어서 베스트셀러를 꿈꾸던 나의 기대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렇지만 나는 이 성경 말씀을 믿는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장 7절)


이 말씀처럼 하나님이 나의 첫 책을 축복하셔서 베스트셀러가 되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그 인세로 소방관들을 위한 화상전문병원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사실도 나는 확신한다!


2. 꾸준히 걸었다는 것이다.

(만보기 앱에서 올해 가장 많이 걸은 6월의 기록을 캡처했다.)

2023년에 난 총 2,712,442보, 1844.46km를 걸었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3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성치 않은 다리로 이렇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의 은혜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는 없지만 그분의 은혜로 이렇게 50대 노구(?)를 이끌고 소방관 생활도 계속할 수 있고 서울과 부산을 3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거리를 걸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무슨 방송국에서 예능 대상이라도 받은 것 같지만 그게 사실이니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


3.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애기들을 잘 키워냈다.

이건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데 원래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굳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유명 영화배우의 자살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기저기서 사기꾼과 꽃뱀(?)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그래도 이런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가정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지 않고 1년을 무사히 보내고 나니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별다른 탈없이 잘 커준 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다. 특히 올해는 막둥이가 감기등으로 병원에 간 횟수가 작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든다. 이차적으로는 아내의 숨은 공로가 있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4. 공인중개사 시험엔 떨어졌다.

작년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공인중개사 시험에선 올해 2차 시험은 보기 좋게 떨어졌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은 변명밖에 안 될 것 같다. 가장 큰 원인은 올 초에 있었던 책 출간으로 인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도 이제 작가가 되는구나'라는 장밋빛(?) 환상에 취해 공부를 좀 등한시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략과목인 공법에서 과락이 나오는 바람에 시원하게 미끄러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당장 써먹을 자격증이 아니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련다. 어차피 퇴직하고 써먹으려 했던 자격증이기 때문에 쉬엄쉬엄 천천히 따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허락하지 않으신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또 다른 문을 열어놓으셨을 거라고 또 철석같이 믿는다. 


5. 그래도 제법 책을 많이 읽었다. 

(밀리의 서재 캡쳐)


2023년에는 총 45권의 책을 읽었고 독서시간은 총 75시간 44분이었다. 이 책들을 모두 끝까지 다 읽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책을 부분적으로나마 읽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접했다는 뜻이다. 우물안 개구리에 갇혀 있지 않고 나름 이 시대의 지식인들과 밀리의 서재에서 교류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더구나 이 책들을 모두 책상머리(?)에서 읽은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며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읽은 것들이니 운동과 함께 독서를 병행한 셈이 된다. 시간을 일석이조로 쓴 셈이다. 나의 귀한 시간들을 이렇게 잘 활용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뿌듯하다. 


아래는 2022년을 보내며 썼던 작년의 마지막 글이다. 일년이 지나 읽어보니  또 새롭다.


https://brunch.co.kr/@muyal/93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2023년은 이룬 게 하나 있고 못 이룬 게 또 하나가 있다. 나머지 것들은 다 그저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온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루는 것이 있으면 못 이루는 것도 있으니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일년동안 그저 무탈하고 건강하게 살아왔음에 감사하라고 저 노을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일 년이란 시간을 내게 주시고 내 코에 호흡이 있게 하신 그분께 감사하면서 2023년 마지막 남은 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또한 2024년이란 시간을 또 내게 선물로 주신 그분께 기도하며 한발 한발 걸어가야겠다. 그럼 남은 시간 잘 보내시고 모두들 해피 뉴이어!~^^


(부산의 서쪽 끝 다대포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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