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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Oct 16. 2023

덩케르크 영화 & 여행 후기

조국, 그리고 살아남기

덩케르크 해안가는 예상 대로 바람이 거셌다. 영국 해협을 건너오는 바람은 매섭고, 고운 모래가 깔린 해안가는 유독 평평하고, 얕은 모래 언덕과 건초만 듬성듬성 위치해 있어, 몸을 숨기고 안식처를 찾을 곳은 없었다.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해, 그렇게 그곳으로 몰아졌던 그 수많은 젊은 군인들이, 추위와 배고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참아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만여 명의 영국,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네덜란드 군인들이 덩케르크에 고립됐었고, 그중 대략 33만여 명 정도가 영국으로 구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덩케르크 구조 작전은 영화 <덩케르크 Dunkirk>와 영화 <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를 보면 자세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덩케르크 영화에서, 그 고립된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영국의 작은 어선들까지 모두 바다를 건너 프랑스의 덩케르크 해안에 도달해 오던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장면을 보며 먹먹했던 마음이, 덩케르크의 고운 해안가 모래사장을 밟고 있으려니 다시금 떠올랐다.


<덩케르크 구출작전 모습, 독일군에 의해 고립된 연합 군인들의 퇴각로는 바다밖에 없었다.>


희생된 군인들만 몇 만여 명에, 민간인 희생자도 천여 명이 넘었던 해안가는, 이제는 고운 해안가를 따라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가 줄을 잇고, 바닷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펜션들이 해안가를 따라 길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젊은 영혼들이 죽어갔을 바닷물 안, 모래밭은 이젠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칼칼히 불어오는 매서운 바닷바람이 예전의 전쟁의 상흔을 잊지 말라는 듯, 관광객들의 몸과 마음을 한 차례씩 훅훅 쳐대고는 한다.



영화 <덩케르크>에서 전쟁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이 이 전쟁의 한 장면에서 뭘 하고 있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 군인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생존이 그 어린 군인에게는 승리였다. 지금 이 시점,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그곳에도 그런 어린 군인이 있을 것이고, 민간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생존이 그들에게는 승리일 것이다.


그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행운을 기원한다. 전쟁이 하루빨리 해결되고, 평화가 그들에게 찾아가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덩케르크 구조작전 지도 이미지 출처: https://www.thesun.co.uk/news/4071810/dunkirk-movie-true-story-what-happened-to-british-world-war-two-soldiers-stayed-b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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