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연고 May 16. 2024

열두 번 중 아홉 번 네 생각을 했어

공감에세이

오십여 장의 단어 카드 중 내가 겪게 될 '변화'와 연관되었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선택해야 했다. 난 열두 장의 카드를 선택했고, 그 단어들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듣고 있던 심리학자분은 단어 카드 설명을 하면서 내가 아홉 번 '아이들'을 언급해 놀랐다고 말해왔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로의 이사를 준비 중이다.


나름 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준비된 '변화에 대한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가족이 휴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언어와 문화가 바뀌는 변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우리가 처해있는 '변화'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야,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속내를 나눠볼 수 있었고, 이 변화가 우리 가족에게 불러올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와 같은 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가족도 있어 외롭지 않았다. 그 가족은 엄마가 외교관으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었고, 아이 둘도 다양한 문화와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에 익숙한 상황이었다. 이번에 한 아프리카 나라로 가서 지내게 된 그 가족도 '변화'에 대한 코칭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해서 휴일을 반납하고 그곳에 온 거였다. 다른 영어권이나 유럽권 국가 대신 그 아프리카 나라로 가는 것을 아이들이 선택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집 큰 아이의 친구 또한 함께 그 나라에 가서 1년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로 했다는 것도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 엄마는 그 친구의 부모가 거절을 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승낙을 해서 본인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고 솔직히 속내를 전해왔다.


네덜란드 아이들이 외국으로 이주해갈 때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자유'를 빼앗기는 거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혼자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살고 있는 도시가 큰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목적지는 자전거로 혼자 오고 가는 게 더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그리 친숙한 일도 아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영혼들이, 외국에 나가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나 자전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나라가 아닐 수도 있거나, 또는 반드시 학교 버스나 제공되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아이들도 자신들의 '자유'를 빼앗기는 점에 대해 걱정이 크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꽤 큰 충격인 듯하다. 이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그 빼앗기는 '자유'를 어떻게 지켜봐 줘야 할지에 대해 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다. 그래서 열두 번 중 아홉 번 '아이들'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단어들 중에는 '발달(development)' 및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있었다. 두 단어를 선택한 내 마음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일깨우고 변화시켜 즐거운 생활을 이어가는 '변화'를 이뤄내기를 바란다. 또 다른 단어로는 '조정(adjustment)'과 '변화(change)'도 있었다. 틈이 보이면 그 틈에 맞춰 나를 움직여갈 생각이고, 틈새가 보이면 내가 그 틈새를 메꿔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갈 생각이다. 그렇게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그 틈을 돌봐줄 수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을 게 있다면, 열두 번 중 아홉 번 너를 떠올린 내 마음일 것이다.



***  작은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