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빨간 떡볶이가 먹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국물이 많은 떡볶이 말고, 오래 졸여져 빨간 국물과 떡이 한 몸이 된 찐득한 떡볶이! 유난히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은 날은 내가 많이 힘이 달리는 상태라는 것을 수없이 많은 접시의 떡볶이를 먹고 난 후에야 알았다. 언젠가부터 떡볶이를 먹고 나면 체기가 느껴지고, 결국 몸이 아프고야 만다 내 몸 상태에 무심한 나에게 떡볶이가 빨간 경고 신호를 보낸다. 너 지금 힘들다고... 곧 아플 거라고...
삼시 세끼 '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게으른 위장을 달고 사는 탓에 묵직한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아 고생을 한다. 그런데 격렬하게 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한 밥 말고 다른 사람이 만든 밥...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밥을 먹으러 엄마한테 간다. 냉장고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나물들이랑 멸치로 국물을 낸 김치찌개, 갓 쪄낸 호박잎에 된장 쌈을 싸서 강낭콩이 콕콕 박힌 잡곡밥을 허겁지겁 먹는다. 하늘 아래 누가 나를 위해 언제든지 문을 열어 밥을 차려 주겠나 싶은 생각을 하며, 남은 반찬까지 싸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의 집 밥이 먹고 싶은 걸 보니 허기가 졌었나 보다. 용쓰고 사느라, 마음의 허기가 졌었나 보다. 나는 과연 내 자식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엄마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