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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Aug 24. 2020

내가 힘들 때 잠시 기대어 쉬는 바람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리에게도 기대어 쉴 바람이 필요하지




나는 힘이 들 때 외부의 어떤 것으로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내가 나에게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키고, 이런저런 예를 들어가며 납득을 시켜야 한다.

많은 것들에게 의미 부여하기를 잘하고, 생각이 많은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가 않다.
주머니 속 바늘처럼, 삶에 대한 질문들이 자꾸 마음을 찔러대서 사는데 필요한 마음의 연비가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자주 힘이 든다.

외부로부터 힘을 얻을 수 없는 나는 '자가격리'에 기대어 쉼을 얻는다.
내 마음을 들쑤셔대는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과 나를 앞질러 저만치 뛰어가는 사람들의 신화 같은 이야기들, 저들처럼 되려면 네가 어찌어찌해야 한다는, 정작 써 놓은 사람도 다 지켰을까 싶은 책들로부터 나를 격리시킨다.
욕심을 내려놓고, 조급함을 내려놓고, 패배감도 내려놓고 , 유튜브와 SNS, 미디어로부터 떨어져 나와 내 마음속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준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귀에서 이어폰을 내려놓고, 비 온 뒤 말갛게 개인 하늘과 초록 초록한 나무들을 바라본다. 그 속으로 들어가 바람 샤워를 하며 걷는다.

나만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정화되는 나를 느낀다.  마음의 연료 게이지가 높아짐을 느낀다.
이제 나는 또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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