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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Aug 21. 2020

나를 안전하게 지키지만 제한하기도 하는 '암초'는

영화 <모아나> 중 모아나 아빠의 말


암초는 넘어가면 안 된다.
암초 덕분에 우리가 안전했던 거야.
바다는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암초 너머는 안돼!

모아나 아빠의 말


나는 소위 '안전빵'을 좋아한다.
'안전욕구'가 강한 나는 당연히 의심도 많은 편이다.
무슨 일을 선택함에 앞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본 후 선택을 하게 되면 마음속에서 선뜻 '수락'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지금껏 사는 동안 나의 선택으로 인해 무언가를 망쳐본 일은 거의 없다. 또, 나의 선택이 무언가를 발전시킨 일 역시 없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어중간의 삶, 미지근한 인생이다.

나에게 '암초'는 '의심'이다.
의심 덕분에 극단의 삶에 내몰린 적 없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안전한 온도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의심은 나를 번번이 주저앉혔다.
커다란 의심의 바위에 기대거나 몸을 숨긴 채, 저 먼바다까지 노를 저어 치고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만 본다.

위험할 거야ᆢ
파도는 엄청 셀 거야ᆢ
저 배는 뒤집어질지도 몰라ᆢ
내 마음이 때로 먼바다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찰 땐, 암초 너머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무조건 위험하고 무모한 짓이라 단정 짓는 '르상티망'의 마음으로 가라앉혔다.
도전과 쟁취의 과정을 의심이라는 방패로 막아버려 얻은 열등감은, 투쟁하고 이뤄내고야 마는 사람들을 부정함으로써 나의 '르상티망'을 해소하려는 왜곡된 가치관을 키워갔다.

암초 뒤에 숨어있던 나는 지금 암초 위에 앉아 있다.
의심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안전함 속으로 기어들 것인가 아니면 의심을 거두고 의심 너머의 세상을 믿어볼 것인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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