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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Mar 24. 2021

내가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인 시스템'은 무엇일까?

영화 <나, 다니엘 브레이크> 중






요즘 대형 매장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면 키오스크(  kiosk: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 )가 주문과 결재를 담당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들른 트레이더스 푸드코트 키오스크 앞엔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있었는데, 나이 든 아주머니 한 분이 주문과 결재를 못 해 쩔쩔 매고 계셨다.
다행히 뒷사람이 도와줘서 줄은 금방 줄어들었으나, 아주머니의 당황해하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간 대형마트 주차장도  주차비 계산 시스템이 무인으로 바뀌어서, 물건 구입한 영수증의 바코드를 찍어야만 출구를 가로막은 바가 올라가는 거였다. 만일 영수증을 분실했거나 물건을 구입하지 않은 상태일 때 협상 후 주차비를 받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덩그머니 놓인 기계에 영수증을 보여주고 나오는데 마음이 왠지 씁쓸했다.

음식점 대기번호표도 이젠 사람 대신 놓인 태블릿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대기하다가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오면 입장하는 시스템이다.
핸드폰도 지갑도 집에 둔 채  만 원짜리 한 장 들고나갔다가,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들어간 스타벅스에서는 현금 결재는 가 불가해서 돈이 있음에도 원하는 것을 살 수 없었다.

은행이나 관공서 등 내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궁금증을 해결해야 할 위치에서 통화를 시도하면, 영화 속 다니엘이 전화 속 기계음을 들으며 대기 했던 시간만큼이나 인내를 해야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딜 가나 사람이 없다, 사람이...



지금 나는 태블릿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페어링 하여 글을 쓰고 있고,  플랫폼을 이용하여 완성된 글을 올릴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을 내가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변해가는 최소한의 시스템에 잘 올라탈 수 있음이 눈물 나게 감사하다...



하루가 다르게 휙휙 변해가는 변화의 속도에 전혀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이 세상의 지분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다행히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스템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또한 노약자를 위한 공공 시스템도 보편화되어 있다. 공통점은 신체적인 조건을 고려한 것이라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지적 측면에서의 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는 듯하다.


영화 속 앤처럼 어느 선까지의 도움을 주는 도우미들이 배치되어있지만 한정적인 기관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사회에 만연한 보이지 않는 '격리'에 대한 대안은 과연 존재할까 싶기만 하다.



인간의 발달과정을 인정한 시스템이었으면 좋겠다.
발달과정상 변해가는 세상의 속도를 느려진 걸음걸이만큼이나 따라 잡기 힘든 연령임을 인정하고 감안해서, 적응하지 못함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돌려 자책하고 좌절감까지 느끼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하철 역사마다 너무나 잘 만들어져 있는, 지상으로 연결되는 노약자용 엘리베이터처럼, 다니엘 같은 사람을 위한 행정상의 엘리베이터가 곳곳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시스템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인간이 시스템에 깔려 죽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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