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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용담 Sep 27. 2021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 아니 어쩌면 거의 진담으로 세 딸들에게 말했었다.

"살다가 정 못 살겠으면 언제든 와!"

오랜만에 둘러앉아 오고 가는 대화 속에 깔깔 웃으며 넘긴 말이었지만 살다가 가끔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엄마의 그 말이 어둠 속 비상구 불빛 같을 때가 있다.

오란다고 가겠냐만, '무슨 일이 생겨도 꾸욱 참아라'라든가 '너는 그 집 귀신이 되어라'라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보다는 훨씬 든든한 '빽'이 되어 주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언제든 돌아 오란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돌아오라는 말은 떠난 자에게 하는 말일 텐데, 떠난 자에게  관대하게,  '언제든'이라는 백지수표 같은 말까지 덧붙여 기다려 줄 사람이 과연 내게 있을까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언제든 돌아오라는 말을 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유학을 보내 놓고, 체육시간도 음악시간도 죄다 영어 시간이라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푸념을 들을 때마다, 힘들면 돌아오라는 말은커녕 그 입에서 돌아온다는 말이 나올까 봐 사탕발림으로 위로하곤 했었다.

너희들을 위함이라고 했었으나  사실 나를 위함이었던 것을 이제야 깨닫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돌아오지 않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돌아온다는 말은 왠지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금의환향이 아닌 이상, 돌아가는 발걸음은 항상 터벅거리니까.

그러나 나의 아이들아!

세상에 지치면 언제라도 엄마에게 돌아오렴!

나는 너희들이 언제라도 올 수 있도록 마음의 빗장을 열어 놓고 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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